세계 3위의 무슬림 인구 대국에서… 최장수 현역 여성 국가지도자 기록 경신

정지섭 기자 2024. 1. 9.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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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하시나가 이끄는 여당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승리
7일 수도 다카에서 투표한 뒤 취재진 앞에 선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그가 이끄는 집권당은 야권의 보이콧 속에 과반을 확보했다. /AFP 연합뉴스

세계 3위의 무슬림 인구 대국에서 현직 여성 국가 지도자(군주제 제외)의 최장수 집권 기록이 다시 세워졌다. 7일 치른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셰이크 하시나(77)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아와미 연맹이 지역구 299석 중 최소 220석을 얻어 승리했다.

1996~2001년 한 차례 집권한 뒤 2009년부터 세 차례 연임해온 그가 이번 임기를 모두 채우면 집권 기간은 25년이 된다. 장수 여성 국가 지도자로 꼽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2005~2021년)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1979~1990년)를 압도하는 기록이다. 하시나 총리는 이날 “방글라데시에서 민주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방글라데시는 전체 인구(1억7000여 만 명)의 88%가 무슬림이고 헌법도 국교를 이슬람교로 규정하고 있다. 서방이나 동아시아 등과 비교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나라로 분류된다. 이런 곳에서 하시나는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국부(國父)의 딸’이라는 인생 스토리에 힘입어 정치 지도자로 성장했다.

방글라데시 총선이 열린 7일 수도 다카에서 한 시민이 하시나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 앞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975년 아버지 무지부르 라흐만 초대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암살되자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1981년 귀국해 정치에 입문했다. 지지자들로부터 ‘군부에 맞서는 민주주의 상징’으로 추앙받았고, 1996년 ‘40대 여성 총리’로 주목받으며 집권했다. 5년 뒤 야당에 권력을 내주며 야인 생활을 한 그는 2009년 다시 권좌에 복귀한 뒤 이후 총선에서 연전연승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여성으로 총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웃 국가이자 같은 뿌리인 인도의 인디라 간디,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와도 비견된다.

하시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의 집권기 방글라데시는 연 6~7%의 고속 성장을 유지하면서 인도에 이은 남아시아 2위 경제 대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유엔 평화유지군에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하면서 유엔 내에서 입지도 다졌다. 2017년에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탈출한 이슬람계 소수 민족 로힝야족 70여만 명을 받아들여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았다. 반면 야당 등 정적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독재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도 주요 야당들이 보이콧한 상황에서 투표율은 40%에 그쳐 선거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된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방글라데시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AFP는 “하시나는 민주주의의 상징에서 철권 통치자로 변해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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