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체국 운영자 700명 '범죄자' 만든 스캔들...10년 만에 다시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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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영국을 뒤흔든 이른바 '우체국 스캔들'로 영국이 다시 발칵 뒤집혔다.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한 TV드라마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이 방영되면서다.
당시 영국 우체국은 일본 기업 후지쓰 서비스가 개발한 회계 소프트웨어 '호라이즌'을 도입했다.
2012~19년 우체국장을 역임하며 사건을 무마·축소했다는 의혹을 받는 파울라 베넬스의 대영제국 훈장을 박탈해야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에 약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이 참여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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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우체국 운영 700여명 '범죄자'로
드라마로 '사태 미해결' 조명… "해결" 여론↑
# 2002년 영국인 트레이시 팩파든은 약 25만 파운드(약 4억1,812만 원)를 투자해 민영 우체국 지점을 열었다. 어느 날 그는 회계 시스템상 오류를 발견했다. 처음엔 약 1,000파운드(약 167만 원)가 비더니 오차는 약 1만6,000파운드(약 2,676만 원)까지 불어났다. 팩파든은 자신이 훔친 게 아니었음에도 '구멍'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야 거래를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절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형사 기소는 겨우 면했지만 금전 손실이 상당했다. 팩파든은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생계를 잃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영국을 뒤흔든 이른바 '우체국 스캔들'로 영국이 다시 발칵 뒤집혔다.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한 TV드라마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이 방영되면서다. 해당 사건으로 형사 처벌을 받거나 금전·심리 손해를 입은 사람이 수백 명인데 아직까지 제대로 법적 구제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까지 '사태 해결'을 약속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회계 오류 무시한 우체국... 피해자 무더기 양산
우체국 스캔들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우체국은 일본 기업 후지쓰 서비스가 개발한 회계 소프트웨어 '호라이즌'을 도입했다. 호라이즌에서 회계 오류가 계속 발견됐지만 우체국은 이를 무시했다. 이로 인해 1999~2015년 지점장 및 점원 700명 이상이 회계 부정 및 절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수백 명이 투옥되거나 파산했고, 최소 4명은 자살했다"고 전했다.
사건 실마리는 2009년 영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컴퓨터 위클리'가 호라이즌의 오류를 인지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후 피해자 500여 명이 집단 소송을 시작했고 2019년에서야 '회계 시스템상 오류가 있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피해 구제는 지지부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죄 판결이 번복된 건수는 93건뿐이고, 보상금도 극히 일부만 지급됐다.
"우체국장 훈장 박탈" 100만 서명... 총리 "해결" 약속
지난 1~4일 방영된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우체국, 후지쓰 측에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했다. 드라마 방영 후 피해자 약 50명이 더 나타났다.
영국 여론은 들끓었다. 2012~19년 우체국장을 역임하며 사건을 무마·축소했다는 의혹을 받는 파울라 베넬스의 대영제국 훈장을 박탈해야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에 약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이 참여했을 정도다. 즉각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커지자 영국 정부도 나섰다. 수낵 총리는 7일 "피해자 면죄 방안을 법무부가 찾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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