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이 망쳤다” 레즈비언 극우 정치인에 빠져드는 독일

베를린/최아리 특파원 2024. 1. 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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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위한 대안’ 정당 공동 대표 알리스 바이델
패션의 여왕으로 선정되기도 지난해 7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가 독일 작센안할트주(州) 마그데부르크 무역 박람회 센터에서 열린 AfD 유럽 선거 총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레즈비언인 바이델 대표는 뒤로 넘긴 금발 머리, 오뚝한 코, 직립 자세, 단순하고 산뜻한 비즈니스 복장으로 여왕의 분위기를 풍긴다”고 그의 패션을 평가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레즈비언이고 글로벌 기업 골드만삭스 출신 경제학자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이민자 정책이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스리랑카 출신 스위스 국적의 영화 제작자와 동성 결혼을 하고 아들 2명을 입양해 키운다. 그러면서 “게이들도 이성애자만큼이나 독일에 중요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공동 대표 알리스 바이델(45)의 면면이다. 얼핏 극우 정당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를 가진 그가 최근 독일 정치권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AfD의 당원 숫자는 4만여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명 넘게 늘었다. 지지율도 고공행진이다. 여론조사 기관 ‘유럽 일렉트’ 조사에서 AfD 지지율은 기민·기사당 연합(32%)에 이은 2위(22%)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집권 사민당(14%)을 멀찍이 앞섰고, 지지 기반인 동독 일부 지역에선 1위로 치고나갔다. 심지어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숄츠를 앞선다는 결과도 있었다. 이 기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에서 총리직까지 넘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델은 경제·경영학을 전공하고,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글로벌 기업 골드만삭스·알리안츠 등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6년간 중국에 체류하며 중국은행에서 일하고 박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는 2013년 AfD가 창당한 해에 당에 합류했다. 당시 남유럽 재정 위기 여파 속에서 “독일은 유로화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7년 연방 총선에서 30대 후반의 바이델은 AfD 대표를 지낸 70대 정치 원로 알렉산더 가울란트와 함께 선거를 이끌었다. 선거 기간 내내 “메르켈 총리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이민자 문제를 총선 최대 이슈로 끌어올렸고, AfD는 단숨에 94석을 거둬 제3당이 됐다.

정치 활동 10여 년 동안 그녀에게는 막말 논란과 각종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2018년 의회 연설에서 “부르카, 스카프를 착용한 소녀들과 칼잡이 남성들에게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고 있다”고 이민자들을 묘사해 야유를 받았다. 독일 정부가 “돼지” “2차대전 전승국의 애완동물”이라고 지인들에게 보낸 메일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불법 기부금 수수 혐의로 2022년 AfD 사무실이 검찰에 압수 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논란으로 대학이 조사 착수를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극우 정당과 어울리지 않는 단정한 이미지와 엘리트 경력을 앞세워 당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패션’도 그의 인기 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금발과 비즈니스 정장 등 특유의 옷차림은 기존 정치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매력을 발산한다는 것이다. AfD는 지난해 집권 시 중점을 둘 10대 정책으로 반(反)난민·원전 재가동 등을 발표하는 등 정책정당으로서 위상도 다지고 있다.

미 매체 포린폴리시는 “바이델과 같은 인물 덕에 AfD가 신나치주의 이미지를 지우고, 예의 바르고 격식 있는 포퓰리즘 정당처럼 보이게 됐다”고 했다. 바이델은 지난해 9월 ‘퀴어(queer·성소수자)라서 차별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괴상한’을 뜻하기도 하는) 퀴어가 아니라 20년 동안 알고 지낸 여성과 결혼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

반(反)난민·반이슬람 노선의 극우 정당. 약칭 ‘AfD’는 독일어 정당명 ‘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의 앞 글자를 땄다. 2013년 남유럽 국가 구제 금융에 반대하는 반 EU(유럽연합)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창당했다. 2017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94석, 2021년 선거에서 83석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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