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짧은 소설 쓰는 것처럼 피아노로 나를 표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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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분이 조금 넘는 연주회 한 번씩에 자신을 표현한다는 게 작가가 짧은 글을 쓰는 것처럼 생각됐습니다."
엽편소설(葉篇小說). 나뭇잎 한 장에 쓸 수 있을 만큼의 짧은 소설을 뜻한다.
4개 중 첫 무대인 'Here & Now'에서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4번과 코랄 전주곡 '주여 제가 간절히 부르나이다' 부소니 편곡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2번,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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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콩쿠르 거치며 발전…같은 곡-다른 해석 느끼는 것 많아”
11일 첫 공연 올해 네 개 무대
엽편소설(葉篇小說). 나뭇잎 한 장에 쓸 수 있을 만큼의 짧은 소설을 뜻한다. 2024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27)이 올해 이곳에서 선보일 공연들을 묶는 주제이기도 하다.
2021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위, 2022년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김준형은 11일 첫 공연 ‘Here & Now(여기 지금)’를 시작으로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4개 무대를 선보인다.
8일 오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준형은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던 시기에 ‘운명처럼’ 상주음악가 제안을 받았다. 스스로의 못난 면까지 모두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4개 중 첫 무대인 ‘Here & Now’에서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4번과 코랄 전주곡 ‘주여 제가 간절히 부르나이다’ 부소니 편곡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2번,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핀란드 피아니스트 안티 시랄라 문하로 독일 뮌헨음대 현대음악과에서 수학 중인 김준형은 “독일에 살고 있는 만큼 독일과 가까운 작곡가 셋을 선택했다. 순수하고 투명해서 나 스스로를 잘 투영시켜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ARD 콩쿠르 등을 거치면서 크게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배움의 장이었습니다. 같은 곡을 쳐도 각자 자신만의 필터를 거친 것처럼 다른 해석이 나오는 데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헤르트(서울대 교수)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제가 너드(Nerd·관심을 끄는 일에만 집중하는 외톨이) 같다고 하시더군요. 딱 제가 생각하는 저와 같았습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그는 여러 심사위원들로부터 ‘객관적인 연주를 펼친다, 노련하다, 차분하다, 설득력이 큰 연주’라는 평을 받았다.
피아노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그는 “두 살 위 피아니스트 누나(김경민·2012년 하이든 국제콩쿠르 1위)를 따라다니며 레슨 받는 걸 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인 피아노 영재들보다 늦은 나이다.
“연주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지난여름 우주를 다룬 유튜브 영상들에 몰두하면서 긴장이 사라지게 되더군요. ‘나같이 작은 존재가 뭐라고’ 싶고….”(웃음)
그가 피아노로 들려주는 ‘엽편소설’은 5월 9일 일본 피아니스트 구로키 유키네와 함께 슈만과 브람스의 곡을 소개하는 ‘아름다운 5월에’, 8월 22일 플루티스트 김유빈, 첼리스트 문태국과 드뷔시의 실내악을 연주하는 ‘풍경산책’, 11월 14일 리스트의 솔로곡을 연주하는 ‘종(鐘/終)을 향하여’로 이어진다. 전석 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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