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46] 스마트폰이 사라진다면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4. 1.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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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날로그 세상에서 자라고 살아온 존재다. 과학과 기술을 통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20세기 중반부터 만들어내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을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는 없다는 역설적인 문제가 생겼다. 디지털 세상과 연결시켜 주는 연결 고리, 즉 ‘인터페이스’가 필요해졌다. 처음에는 방직기계 제어에 활용하던 “펀치카드”, 그러니까 종이에 구멍을 뚫어 기계에 우리가 원하는 걸 전달했고, 나중에는 키보드와 모니터를 사용해 특정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을 썼지만, 컴퓨터 제어에 필요한 명령과 문법을 학습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큰 한계가 있었다.

1990년도부터 보편화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raphical User Interface·GUI)’는 키보드의 한계를 해결해 준다. 명령어를 기억할 필요 없이 눈에 보이는 메뉴에서 선택만 하면 되기에, GUI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GUI 없이는 불가능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이 세상 모든 정보를 체험하게 해주는 스마트폰을 키보드를 가지고 다니며 사용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정보를 보고 선택하는 GUI는 스마트폰을 가능하게 했지만,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고 대답해 주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제 ‘대화형 사용자 인터페이스(Conversational User Interface·CUI)’를 가능하게 한다. 언어를 사용한 소통은 인간에게 그 어느 방법보다 직관적이고 자연스럽다. 미래 인공지능 시대 인간과 기계의 연결 고리는 스마트폰이 아닌 처음부터 언어 기능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완전히 새로운 “포스트스마트폰” 디바이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 지하철, 그리고 회의 때조차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고,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하면 스마트폰을 호모 사피엔스 신체 한 부분으로 오해할 거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 종말의 서막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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