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능 제외 유감? ‘심화 수학’은 고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2028 대입 제도 개편 확정안’이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대입 제도는 단순히 학생 선발의 의미를 넘어 기회의 공정을 강조하기에 모두를 만족시키기 매우 어려운 정책 과제이다. 대입 제도 개편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은 물론 사교육 시장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개편은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과 맞닿아 있고 학령인구 급감 등 사회적 환경 변화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컸다.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심의를 요구한 대입 개편 시안의 핵심 내용은 우선 학교 내신 평가에서 전 학년 절대평가와 함께 상대평가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해 병기하는 것이었다. 수능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선택 과목의 유불리 논란을 없애고 모든 학생이 똑같은 과목을 시험 보도록 단순화했다. 아울러 첨단 기술 사회에서 요구되는 심화 수학 영역의 과목 신설 여부에 대한 검토였다.
국교위는 심의 과정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문가로 구성된 대입 개편 특별위원회에 자문을 했다. 또 학생·학부모·일반 국민 대상의 국민참여위원회와 중등학교 교사로 구성된 국가교육과정 모니터링단의 의견도 수렴했다.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대입 제도의 특성으로 인해 국교위는 7차례의 회의를 거치면서 진통을 겪었다. 경쟁 완화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절대평가를 확대하자는 주장에는 평가의 신뢰성 문제와 변별력 저하, 대학 본고사 부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충돌했다.
치열한 논의를 통해 국교위는 교육부의 개편 시안에 일부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내신에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것에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지 않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절대평가만으로는 성적 부풀리기 같은 평가의 신뢰성 문제 때문에 대학이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이에 국교위는 사회 및 과학 교과의 융합 선택 과목에 대해서는 상대평가 없이 절대평가만 하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교육부가 이를 확정해 주었다.
수능의 경우 이번 대입 개편에서 많은 관심은 심화 수학이 선택 과목으로 도입될 것인지에 쏠렸다. 이에 관해 교육부는 처음부터 국교위에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서 찬반 의견은 매우 팽팽하게 맞섰다. 미적분, 기하 같은 심화 수학 과목들을 공부하지 않으면 대학에서 기초과학과 첨단 기술 관련 전공을 공부하기 어렵다며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이번 수능 개편의 취지가 공통 과목만으로 단순화시킨다는 취지에 어긋나고 난도 높은 심화 수학이 상위권 대학 이공계 전공의 전형 요소로 사용되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 속에 국교위는 이번에 심화 수학을 수능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검토 의견을 모았다.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서 심화 수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수능 과목으로 포함시켜야만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고등학교의 수학 교과 진로 선택 과목에는 기하, 미적분(II), 경제수학, 인공지능 수학 등이 있으므로 이공계 진로를 계획하는 학생들은 이 과목들을 선택해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은 이를 전형 요소로 반영하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심화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 수급이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사 임용 제도 개선과 연수 프로그램 활성화 등 구체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입 제도 개편에는 당사자 학생은 물론 학교 현장의 교사, 자녀 입시에 모든 것을 투입하는 학부모, 이 분야를 연구해 온 학자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대입에서 국가 주도의 수능이 아직도 필요한 것인지, 수능의 자격고사화 전환, 오지선다형 문항 대신 논·서술형 비율 확대, 대학의 자율성 확립 등 수많은 이슈가 분출하고 있다. 이번 2028 대입 개편안은 더 큰 교육 혁신을 이루기 위한 작은 발걸음일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의 큰 변화가 학교 현장에서 시작되었음을 분명히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향후 10년간 이루어질 국가 중·장기 교육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국교위는 이번 개편에 이어서 대입 제도의 미래 방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담아내고자 하며 이를 위한 사회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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