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혹평 속에 피어난 '경성 크리처'의 호평 비결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4. 1. 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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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경성 크리처'는 미스터리가 됐다. 혹평과 호평을 오가는 정도는 국내외 온도차가 심했다. 하지만 그 혹평과 호평 사이의 온도차를 이해하지 못하면 K콘텐츠의 가능성은 수그러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2023년 말 최고의 기대작 '경성 크리처'가 공개됐을 때 혹평에 시달렸다. 700억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보다 콘텐츠의 내용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비등했다. 기시감이 드는 내용이 상당히 많은 데다 흥행코드를 대략 조합한 것으로 보였다.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은경 작가에다 '이태원 클라쓰'의 박서준, '마이네임'의 한소희, 여기에 '오징어 게임'의 위하준까지 쟁쟁했다. 스타 캐스팅보다 서사구조의 짜임새가 촘촘하지 않으며 전개가 답답하고 느린 점이 지적됐다. '스위트홈' 시리즈와 비교해 혹평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국식 크리처물의 탄생을 알린 '스위트홈'에 '경성 크리처'가 비교되는 일은 숙명과도 같다. 애초 '경성 크리처'는 '스위트홈'과 비슷한 포맷과 구조, 전개를 보일 수 없었다. '경성 크리처'는 다른 차별점이 있었고 뒷심을 발휘하는 이유였다.

본래 넷플릭스 스타일의 OTT 콘텐츠는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영화와 드라마의 융복합 형태다. 이른바 시네라마다. 이는 드라마보다는 수준이 높지만 영화의 단계보다는 낮다. 하지만 웬만한 영화보다는 수준이 매우 높다. 따라서 평범한 흥행코드 조합의 영화는 넷플릭스 스타일에 필적할 수 없다. 이런 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영화관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OTT 콘텐츠는 시네라마여도 영화에 더 정체성을 두든가 아니면 드라마에 좀 더 가까울 수도 있다. 영화에 기반한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스위트홈'은 영화에 더 정체성을 두고 있다. 반면 '경성 크리처'는 드라마에 더 기반한다. 따라서 '스위트홈'은 압축적이고 속도감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경성 크리처'는 에피소드의 압축과 속도보다 관계의 형성과 극적인 반전에 초점을 뒀다. 어떻게 보면 한국 드라마의 특징과 닮았다. 관계의 형성과 극적인 반전의 효과는 초반부보다 후반부에 뒷심이 강하다. 시즌이 제작될 때부터 더 많은 팬덤이 형성돼 '스노볼 효과', 즉 눈덩이 효과가 강해질 수 있다. 때문에 '경성 크리처'는 시즌2, 3이 나올수록 진가가 더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스위트홈'은 에피소드 중심이기 때문에 시즌이 늘어날수록 소재의 한계를 보일 수 있다. '경성 크리처' 같은 시대극의 경우 아날로그 정서가 허용된다. 하지만 현대 배경의 '스위트홈'은 이와 달리 시각적 자극에 초점을 둘 수 있었다.

특히 '경성 크리처'의 독특함은 해외 팬들에게 반응이 클 가능성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삼은 것만이 아니라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버무린 점 때문이다. 이는 일본 이용자나 누리꾼들조차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가족이 괴물이 돼 대적해야 하는 비극적 서사구도도 감정을 자아낸다. 이는 단순히 가족주의를 통해 감성을 자아내는 설정과 차별화한다.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일제 731부대와 도심 속 괴수 플롯이 시대상을 관통해 동서양의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지적을 받던 로맨스도 설득력과 공감을 얻어냈다. 더구나 곱씹어봐야 할 역사와 사회 그리고 삶의 성찰이 곳곳에서 여운을 남긴다. 인간애와 더불어 현대인의 삶의 경쟁도 생각할 수 있었다. 다만 77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로 괴수 구현에 집중한다고 팬덤이 형성되지는 않는다. 드라마 시리즈는 결국 스토리텔링의 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경성 크리처'가 한국적 크리처물로 글로벌 스노볼 효과를 더 일으키려면 한국 드라마 스타일의 장점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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