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잘하는 선수가 뛰지 못하는 이유, 고등학교 코치들의 이유 있는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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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5명만 하는 경기가 아닙니다.
선수는 경기를 통해 성장하는데 실력이 출중해도, 훈련 태도가 좋아도 저학년은 양보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선수를 교체할 때마다 불편함은 있었고, 3학년 없이 치른 추계연맹전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확인했습니다.
C 고등학교 코치는 "완벽한 기회인데 패스를 주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선수가 늘고 있다"라고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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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위한 기록 만들기, 괜찮나요?
농구는 5명만 하는 경기가 아닙니다. 12명이 하는 경기입니다. 코치는 선수 교체를 통해 전술의 변화를 줍니다. 선수의 체력 관리와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로테이션은 중요합니다.
최근 로테이션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고등학교 코치들이 많습니다. 개인 기록이 대학 입시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록은 수시 전형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기실적’에 영향을 미칩니다.
2024년 특별전형에서 연세대와 고려대의 1단계 경기실적 비중은 각각 77.8%와 70%입니다. 중앙대는 90%입니다. 1단계에서 받은 점수는 2단계 평가에도 높은 비중으로 반영되어 최종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선수와 학부모 모두 출전 시간과 기록에 민감합니다.
출전 시간에 대한 배려는 코치의 기본 덕목이 되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수는 경기를 통해 성장하는데 실력이 출중해도, 훈련 태도가 좋아도 저학년은 양보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연습경기에서 만난 A 고등학교 코치는 작년보다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했습니다. 2학년 선수들의 기량이 3학년보다 좋기 때문입니다. 출전 시간을 제한했던 선수들의 족쇄를 폴 수 있습니다.
B 고등학교 코치 역시 올해를 더 기대합니다. A 고교보다 3학년이 적어서 부담도 적었습니다. 그래도 선수를 교체할 때마다 불편함은 있었고, 3학년 없이 치른 추계연맹전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3년, 용산고 14회 우승의 주역 김승우는 추가 합격으로 어렵게 대학의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4개 대학에 원서를 냈지만 최초 합격자 명단에 김승우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청소년 대표 출신에 작년 용산고 5관왕의 주역이고 ‘2023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최우수선수입니다. 그런데 추가 합격입니다. 어떻게 경기실적을 해석해도,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이유도 알 수 없습니다. 수시 선발은 대학의 고유 권한입니다. 개연성 있는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모두 추측일 뿐입니다. 문제는 그 추측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선수와 부모에게 큰 불안을 준다는 점입니다.
대학보다 프로 진출을 선호하는 야구나 축구와 달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농구는 대학을 거쳐 프로에 갑니다. 많은 고교 농구선수에게 대학은 필수 코스입니다. 그래서 그 길은 선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길에 언제 짙은 안개가 드리워질지 알 수 없습니다.
철학자이자 교육사상가인 모티머 아들러는 "학습의 목적은 성장"이라고 했습니다. 학생선수는 지성과 인성에 더하여, 운동선수로서의 능력도 성장해야 합니다. 개인 기량은 물론이고, 팀 스포츠는 개인의 능력을 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C 고등학교 코치는 “완벽한 기회인데 패스를 주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선수가 늘고 있다”라고 얘기합니다. 개인의 기록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농구는 팀 스포츠라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지금의 특기생 제도는 개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종목별 세부 선발 기준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에서 공통으로 개발, 관리하는 방안 같은 것입니다. 대학의 높은 윤리의식에만 의존할 문제는 아닙니다.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과거에 꼭 필요했던 제도가 현재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점검하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은 중요합니다.
학생선수는 학생으로서 또 선수로서 성장해야 합니다. 지금의 특기생 제도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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