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너와 나의 경계가 흐려질 때

김성일 2024. 1. 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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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친근해지면 너와 나의 구분을 짓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관계를 통해서 안정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데도 왜 도리어 불안하고 불편할까? 주변이나 상대의 감정이 전염되어 경계를 넘어 들어와 파급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내 감정이나 생각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계와 한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내가 될 수 없는 것과 하나가 되려고 헛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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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친근해지면 너와 나의 구분을 짓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혈연이나 지연, 학연을 내세우며 연대감을 강조하기도 한다. 우리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한다. 다른 누군가가 나를 오롯이 봐주는 경험, 내 자존감을 채워주며 다가오는 경험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된다. 장단점, 상대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사고방식의 차이를 알게 된다. 상대가 나를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가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기대는 큰 오산이다. ‘우리는 하나’라고 역설하는 이면에는 ‘내 것은 내 것, 네 것도 내 것’이라는 사심이 스며있는 경우가 많다. 허물없는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밀착하면 수많은 단점까지 보여 갈등과 문제가 발생한다. ‘혼밥’, ‘혼술’, ‘1인 가구’의 시대라고 한다. 진정 혼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때가 있는 것은 날 오히려 갉아먹는 사람들이 많은 느낌도 있기 때문이다.

관계를 통해서 안정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데도 왜 도리어 불안하고 불편할까? 주변이나 상대의 감정이 전염되어 경계를 넘어 들어와 파급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내 감정이나 생각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체감은 독점욕과 연결되어 상대가 항상 나만 봐주길 원한다. 상대에게 바랄 수 없는 무언가를 기대하며 좌절한다.

환상에 매어 현실에서 허덕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나의 영역 구분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계와 한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내가 될 수 없는 것과 하나가 되려고 헛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이상적인 친밀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관계의 만족감에 영향을 준다. 서로 원하는 바를 무시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존재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친밀해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자신을 열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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