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 투혼' 임성재, 최다 버디 신기록 "새해 기분 좋은 출발"

주영로 2024. 1. 9. 0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GA 투어 개막전 더센트리 4일 동안 버디 34개
PGA 72홀 대회 기준 최다 버디 기록 2개 경신
작년부터 함께 한 프로 출신 캐디와 완벽한 호흡
경기 중 발가락 물집 생기는 불편 이겨내고 신기록
"새해 첫 출전 신기록 달성해 기분 좋아"
임성재가 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 더센트리에서 72홀 최다 버디 신기록을 세운 뒤 자신이 기록한 버디 숫자 ‘34’를 의미하는 손가락을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카팔루아(미국 하와이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 불편하기도 했으나 최다 버디 신기록을 작성해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됐다.”

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2024시즌 PGA 투어 개막전 더 센트리(총상금 200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 17번홀가지 10개의 버디를 잡은 임성재는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최종합계 25언더파 267타를 기록, 공동 5위에 올랐다. 이날 하루에만 버디 11개를 쓸어 담은 임성재는 이번 대회 나흘 동안 무려 3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PGA 투어 72홀 대회 기준 최다 버디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존 람과 2001년 폴 고가 세운 32개였다.

최다 버디 뒤엔 숨겼던 부상 투혼이 숨어 있었다.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임성재는 “후반에 4개 홀 연속 버디가 나왔지만, 그 뒤에도 계속해서 버디를 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남은 홀도 그런 마음으로 계속 경기했더니 최다 버디 신기록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다”라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사실 약 두 달여 만에 대회에 나오다 보니 이렇게 긴 시간 걸었던 것도 오랜만이고 내리막과 오르막 경사가 심한 신악형 코스에서 경기해서 그런지 발 이곳저곳에 물집이 생겼다”라며 “불편하기는 했으나 오늘 버디를 11개나 잡아내니 기분이 좋다”라고 11개의 버디 뒤에 부상 투혼이 숨어 있었음을 귀띔했다.

특별한 인연의 조력자도 신기록 달성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흡을 맞춘 새 캐디다. 임성재의 캐디를 하는 윌 윌콕스(미국)는 함께 투어를 뛰었던 동료다. 2018년 임성재가 콘페리 투어에 진출했을 때 우승을 놓고 경쟁했던 선수였다. 콘페리 투어에선 총 132경기를 뛰면서 1승, PGA 투어에서도 72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의 준우승을 포함해 8번 톱10에 들었다. PGA 투어에선 2017시즌까지 활동했고, 콘페리 투어는 2022년 1경기에 출전한 뒤 프로골프 활동을 그만뒀다. 나이는 올해 37세로 임성재보다 11살 많다.

캐디로 전업한 윌콕스는 임성재의 제안에 선뜻 함께 하기로 했다. 임성재는 올해까지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최종전에 진출한 특급 선수다. 실력이 검증된 만큼 캐디에겐 수입이 보장되는 선수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윌콕스는 지난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부터 임성재의 백을 메고 있다.

임성재는 “윌콕스 캐디는 PGA 투어 출신으로 콘페리 투어 시절 두 차례나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던 인연이 있다. 그때 내가 우승과 준우승을 했고 캐디가 4위인가 5위를 했는데 그 뒤로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캐디로 전업했다”라며 “그때 경기하면서 좋은 기억이 있었고 지난해 US오픈이 끝난 뒤 캐디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하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서 트래블러스 챔피언십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매우 호흡이 잘 맞아 오래 함께 하게 될 것 같다”라고 특별한 인연과 함께 신뢰를 보였다.

프로골퍼 출신 캐디의 장점은 신뢰와 경기 중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믿음이다. 임성재는 “경기하면서 캐디에게 상황에 맞는 공략법을 묻기도 하는데 그럴 때 캐디의 생각을 들으면서 도움을 얻을 때도 있다”라며 “그런 면에서 믿음이 가고 지금까지 함께 했던 캐디 중 가장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만족해했다.

프로골퍼에게 캐디는 단순하게 공을 닦아주고 클럽을 전달해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선수의 심리 변화까지도 살펴 꾸준하게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 능력이 탁월한 캐디는 선수의 신뢰를 얻어 10년 이상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이날 임성재의 신기록 달성은 PGA 투어가 먼저 예상하고 경기 중 소식을 알렸다. 그만큼 대단한 기록이고 새해 첫 대회부터 신기록이 나오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PGA 투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15번홀에서 10번째 버디를 잡아낸 직후 72홀 최다 버디 신기록 달성 소식을 전했다. 이어 경기가 끝낸 뒤엔 별도로 만나 임성재에게 손가락으로 숫자 ‘34’를 표시하는 손짓을 유도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임성재는 대회 첫날 9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개인 최다 버디 타이기록을 썼고, 2라운드에서 8개, 그리고 3라운드에서 6개를 뽑아내 신기록 달성의 기대를 부풀렸다. 그리고 마지막 날 11개의 무더기 버디를 쓸어 담으며 대기록을 세웠다.

우승까지 연결하지는 못했으나 최다 버디 신기록은 임성재에게도 새 시즌을 시작하는 기분 좋은 신호탄이 됐다.

임성재는 “한 타 한 타 열심히 쳤고 보기 1개가 있었지만, 버디 11개를 잡아내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라며 “첫 경기부터 좋은 성적을 내 기분 좋고, 겨울 동안 한국에서 잘 쉬면서 새 시즌을 준비했는데 그 효과가 잘 나온 것 같다. 새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와이에서 새해 첫 출격한 임성재는 이어지는 소니오픈은 건너뛰고 미국 본토로 이동해 1월 18일 개막하는 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이어지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해 새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임성재(오른쪽)과 프로골퍼 출신 캐디 윌 윌콕스가 경기 중 다음 샷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주영로 (na1872@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