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포격 도발…용산, NSC 열지 않은 까닭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 고려해 개최
'군사적 긴장' 고조될 듯…'담대한 구상' 보완 목소리도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북한이 새해 들어 사흘 연속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포 사격으로 도발해온 가운데,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지 않고 신중한 대응을 이어갔다. 북한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이 '적대국'이라며 대남 노선 전환을 선전포고하면서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비롯한 대북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 각각 200여 발, 60여 발, 90여 발의 포 사격을 실시했다. 발사된 포탄 일부는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우리 군도 이에 맞서 지난 5일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해 대응사격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연평도·백령도 주민 대상으로 대피령도 내려졌다. 이번 포격 도발로 9·19 군사합의에 따른 남북 간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다만 대통령 직속 외교·안보 자문기구인 NSC는 열리지 않았다. 지난 2015년 8월 20일 북한이 경기도 연천군 인근의 서부전선에 있는 대북 확성기를 향해 기관총 1발을 발사하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긴급 NSC 상임위를 소집해 40여 분간 주재하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통령실 대응이 부실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탄도미사일 발사 이상이 아니면 안보상황점검회의가 일반적"이라며 "(안보상황점검회의는) 수시로 열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열린 NSC는 총 24차례로, 북한 무인기의 남측 영공 침범 사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북측의 장·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소집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NSC는 2022년 5월 25일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때와, 11월 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을 때, 지난해 7월 12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와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때 등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았던 네 차례뿐이다.
이 같은 방침은 북한의 도발 때마다 국가 최고 안보회의기구가 일일이 대응해 위기감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NSC를 처음 주재하는 계기가 됐던 2015년 '서부전선 포격 사건'은 북한의 목함지뢰로 국군 2명이 부상 당하자 우리 측이 대북방송을 재개한 것에 대한 북측의 보복성 도발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이번 해상 연쇄 도발과는 안보 위협 수위가 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군도 앞으로 북한군의 포탄이 NLL 남쪽으로 넘어오거나 NLL에 근접했을 때만 대응 사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의 '간 보기 도발'에는 불필요하게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여정 북한 당 부부장은 지난 7일 담화를 내고 지난 6일 도발이 해안포 포성을 모의한 발파용 폭약을 터트린 것이라며 "기만작전을 진행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신중 모드와는 별개로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절창위성 발사에 대통령실은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고, 북한은 곧바로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최전망 감시초소(GP)를 복원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을 마친 데 이어 해상 완충구역 내 사격도 재개한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은 포격을 비롯한 여러 형태로 군사적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한을 "교전 중인 두 적대국"으로 규정한 뒤,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며 대남 노선 방향을 전환하고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신년사를 통해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맞받아쳤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대북 전략도 수정 또는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5일 이후 사흘 내내 이어진 북한의 NLL 인근 해상 해안포 사격으로 연평도 주민이 불안에 떨었다"면서 "서해5도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현실이 윤 대통령이 말하는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인가"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이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대규모 식량 공급과 각종 인프라를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강한 북핵 억지력으로 압박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측면 지원할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중단된 상태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한 핵 확장억제 정책만 일변도로 추진하면서 '담대한 구상'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에 "지금 정부의 기조(북핵 억제력 강화)를 유지하더라도 북한의 거친 반응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거칠게 나올 때일수록 우리는 오히려 외교에서의 공간 마련 등 출구 전략 같은 게 필요하다. 북한이 도발하게끔 명분을 만들어주기 보다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면서 도발 명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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