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TV 속으로②] 평범한 동네가 촬영지가 되는 과정
문화비축기지 "공간의 힘 있어 장르물 섭외 많아"
맛집으로 흥행하지만 각종 문제로 골머리 앓기도
TV 속 멋진 촬영지 "어디지?"하고 검색해 보면 부산 안동 포항 보령 제주 등 전국 곳곳에 있다. 그런데 굳이 멀리 갈 필요 없다. 서울 곳곳에도 촬영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들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지 궁금해 <더팩트>가 직접 방문해 봤다. 또 서울 드라마 촬영지 선정 배경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우리 동네가 드라마에 나오려면 어떤 과정을 거칠까. 공공기관과 문화재 등 국가 소속 기관은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촬영비를 지불해야 한다. 또 주민들에게 충분한 양해도 필요하다.
그렇게 일련의 과정을 거쳐 촬영지가 되면 관광객들은 자연스레 그곳을 찾는다. 드라마에 나온 것만으로도 한 동네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인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화비축기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촬영 신청을 받고 있는데 신청서 양식과 신청 방법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허가 절차는 야외공원 소규모 촬영(야외 촬영)과 공간점유형 촬영(실내 촬영)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가격은 공간 용도와 사용면적에 따라 명시돼있다.
문화비축기지 관계자는 "산업유산을 재생한 곳이고 건축적으로 독특해 서울 시내에서 이런 배경이 드물다. 공간이 힘이 있어 로맨스보다 첩보 스릴 등 장르물이 주로 섭외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약 드라마 3건이 촬영으로 승인됐고 약 635만 원의 수익을 냈다"며 "시에서 운영하다 보니 운영료가 비싸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은 공항출입인증시스템을 운영해 촬영자 장비 내용 등을 받고 있으며 경복궁 창덕궁 등 사극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사용되는 궁들은 봄 가을철 성수기에 촬영 허가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와 공공기관을 드라마에서 담고 싶다면 해당 기관에 연락을 거쳐야 한다. 한 기관 관계자는 "특히 공간 훼손에 민감해 제약이 많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협의한다"고 전했다.
반면 일반 동네나 마을의 경우 별도의 허가는 필요하지 않다. 거리 개념이라 자유롭게 사진 및 영상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벽화 마을은 별도의 허가가 필요 없다"면서도 "주민센터 공지가 필요하다. 이후 통장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야 좀 더 수월한 드라마 촬영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마을과 기관은 촬영을 허가하는 대신 발전기금을 받고 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제작진은 이화의료원에 촬영장소 및 의학자문 등 협조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후원금을 쾌척했고 '갯마을 차차차'(극본 신하은, 연출 유제권·권영일)는 포항의 한 마을에 발전기금 500만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촬영지로 선정되면 관광객 유입이 크게 늘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도 활성화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동네가 촬영지가 되길 바라고 가게를 '드라마 촬영지'로 홍보하는 이유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곳은 수원 행궁동 '우영우 김밥'이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김밥집으로 등장한다. 우영우는 매일 출근 전 이 가게에서 김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평범한 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은 드라마 방영 이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픈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줄은 길게 이어졌고 간판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감독 이충현)에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식당이 나왔다. 이곳은 강남에 위치한 미국정통샌드위치 전문점이다.
극 중 옥주(전종서)는 중학교 동창 민희(박유림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민희가 "나 기억 안 나? 나야. 발레리나"라고 말해 작품의 시작과 사건의 발단을 암시하는 곳으로 작용한다.
원래 강남 맛집으로 유명했지만 '발레리나' 이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기를 탔으며 각종 커뮤니티에 #발레리나맛집 #발레리나식당 이라는 키워드로 다수 후기가 올라왔다. 이 밖에도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온 백인제 가옥, '그해 우리는'의 창덕궁길 등이 시청자들을 관광객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쓰레기 무단 투기, 소음 발생, 교통 체증 등의 이유로 드라마 촬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화동 벽화마을은 너무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정체성 지우기에 나섰다.
과거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 나와 인기를 끈 이곳은 대학로라는 위치 접근성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을 사로잡았으며 각종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각종 문제 발생과 지역 주민간 갈등으로 벽화를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고 결국 TV 속 나온 유명 벽화들이 흔적은 찾을 수 없게 됐다.
이화동 주민대표이자 이곳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박동관 씨는 "(드라마 촬영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찬성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벽화 2개가 지워졌다. 드라마를 보고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오면 벽화가 없다"며 "사람들이 많이 와서 상권이 활성화되길 바라는데 지금 그렇지 못한다. 최근 코로나도 있었고"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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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TV 속으로①] "어디서 봤더라?"…우리 동네 드라마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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