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노리는 한화...최원호 감독 "걸리면 물어뜯을 준비됐다"[신년인터뷰]
한화이글스를 이끄는 최원호 감독은 두 차례나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이색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오랜 야구 해설위원 생활을 마치고 2020년 한화의 퓨처스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하자마자 채 몇 달도 안 돼 1군 감독대행을 맡았다. 본인 스스로 “아무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부임이었다.
당시 14연패 중이던 팀을 이어받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독대행으로서 희망의 빛을 만들었다. 젊은 유망주들에 충분히 기회를 주면서 리빌딩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로 자리매김한 노시환이 눈에 띄게 성장한 것도 최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부임과 함께 다시 원래 자리였던 퓨처스 감독으로 돌아간 최 감독은 지난해 다시 시즌 중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이때는 ‘대행’ 딱지를 떼고 곧바로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직책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두 시즌의 퓨처스 사령탑과 지난해 1군 감독 생활을 겪으면서 최 감독은 성장했다. 시즌 도중 팀을 맡은 것은 같았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팀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1군 정식 감독을 처음 맡은 ‘초보 지도자’인 동시에 ‘준비된 사령탑’이었다.
최 감독은 시즌 중 구단 역사상 18년 만에 8연승을 이끌었다. 뒷심 부족이 아쉽기는 했지만 4년 만에 4할 승률(58승 6무 80패. 승률 .420)을 회복했고 최하위 탈출에도 성공했다.
최 감독은 “2020년에는 솔직히 나부터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팀을 멀리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고 일단 상황을 추스르기 바빴다”며 “지난해는 팀 운영에서 큰 윤곽을 잡는데 주력했던 것 같다. 시즌 막판에는 2024시즌을 위한 기본 틀은 어느 정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갓 새해를 맞이했지만 벌써 야구계 안팎에선 2024년은 한화가 돌풍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명석 LG트윈스 단장은 한 인터뷰에서 “한화 선수진이 정말 좋다”며 “5강에는 무조건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직접적인 성적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화가 돌풍을 일으킬만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확실한 주전 멤버를 어느 정도 구축했다는 것이 지난해 얻은 큰 수확이다”는 말로 전력에 대한 생각을 대신 전했다.
최원호 감독은 “야수 쪽에선 문현빈, 이도윤, 최인호 등이 주전급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긍정적이다”며 “투수진에서도 문동주가 시즌을 잘 마쳤고 불펜에서 주현상, 김기중, 한승주, 김규연 등 젊은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구단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오른손 거포’ 채은성을 영입한 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공수에서 안정감을 갖춘 베테랑 안치홍을 데려왔다. 새 외국인타자 요나단 페라자까지 힘을 발휘한다면 중심타선 경쟁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문동주를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로 키워낸 최 감독은 올해 2년 차로 접어든 김서현과 특급신인 좌완 황준서에게도 충분히 기회를 줄 생각이다. 김서현은 올 시즌 불펜투수로, 황준서는 5선발 후보로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문동주가 그랬던 것처럼 김서현과 황준서가 일찍 자리를 잡는다면 ‘별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
최 감독은 “핵심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한다면 올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며 “당장 우승 전력은 아니더라도 타이밍이 오면 제대로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초반 한두 달을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을 갖는다면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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