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가난하면 無자식” 냉소… ‘아이 낳을 결심’ 쉬워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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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8이었던 합계 출산율이 2023년 0.6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인구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출산율(2.1)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육아휴직이나 보육 지원 같은 정책은 이미 안정적 수입이 있고, 다양한 인프라를 누리는 도시 청년들만 혜택을 보는 정책이라는 거다.
가난하면 아이에게 필요한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없고, 결국 아이가 원하는 걸 시도조차 못 해본 채 불행해질 거라는 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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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결혼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재산을 주면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육아휴직 급여를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 신생아 특별공급은 물론이고 신생아 특례대출까지 나왔다.
이런 정책이 효과는 있을까? 우리와 비슷한 길을 밟은 일본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가족사회학 연구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 교수는 일본의 저출생 대책이 ‘도시의 정규직 청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본다. 1990년대 이후 일본 특유의 종신고용이 없어지며 ‘수입이 불안정한 청년 남성’이 대거 늘어났다. 여성의 고용 수준이 남성과 비슷하다면 경제적 부담을 나눌 수 있지만 지방의 경우 성별 고용 격차가 크다. 여성이 경제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결국 지방에선 결혼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리 없고, 자녀에게도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고용이 불안정한 지방 청년들이 출산을 포기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육아휴직이나 보육 지원 같은 정책은 이미 안정적 수입이 있고, 다양한 인프라를 누리는 도시 청년들만 혜택을 보는 정책이라는 거다.
한국도 비슷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선 신혼집 자금에 대한 증여세 걱정은 일단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자산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한다. 공공분양 주택조차 수도권에서는 수억 원을 호가하니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 특례대출 역시 먼 나라 얘기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 직장인들은 휴직 때의 급여가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육아휴직을 쓰는 것 자체가 힘들다.
얼마 전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가난하면 아이에게 필요한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없고, 결국 아이가 원하는 걸 시도조차 못 해본 채 불행해질 거라는 자조다. 잘 키우지 못할 아이를 ‘낳음당하게’ 만들지 말라는 거다.
이 주장을 꺼낸 이가 말한 ‘좋은 환경’은 이렇다. 학원 보내주고, 장난감 사주고, 가끔 고기 굽는 외식도 하고, 커서는 아르바이트 대신 해외여행도 가며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연간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다는 저출생 예산이라면 이런 소망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저출생 문제는 결국 누구든지 아이 낳는 일을 쉽게 결심할 수 있어야 해소될 수 있다. 소득이 적든, 외국인 근로자든,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든, 앞으로 내 아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신생아 특례대출이나 신혼부부 증여세 면제 같은 정책들의 최종 목적지라는 점을 정부가 기억하길 바란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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