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보다 더 잘 걸리는 대장암, 비밀은 ‘이것’에 있었다

문지연 기자 2024. 1. 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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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일러스트레이션. /게티이미지 뱅크

대장암은 오랜 기간 한국인을 괴롭혀 온 병이다. 국내 발병률을 보면 최근 1위인 갑상선암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섰는데, 특이하게도 남성의 발병률이 여성보다 2배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밀이 장내 유익균인 유산균과 낙산균에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실제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장내세균총(미생물무리)과 대장암 발병 간 상호작용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거트 앤 리버’(Gut and Liver) 온라인 판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은 2021년부터 2년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장선종 및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대변 데이터를 활용해, 성차(性差)·연령 등 요인과 장내세균총의 변화 그리고 대장암 발병 여부 등을 관찰했다. 그 결과 대장선종·대장암 환자보다 건강한 대조군에서 유산균(젖산균)과 낙산균 등 장내 유익균이 더 많이 발견됐다. 특히 여성과 55세 이하 연령 집단에서 장내 유익균 분포가 두드러졌다.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여성보다 2배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한 해 발생자 수 3만2751명으로 폐암을 제치고 국내 발병률 2위를 기록했다. 1위인 갑상선암(3만5303명)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2019년 동일 조사에서 4위에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매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대장암의 발병 원리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 요인으로는 성별·연령·가족력·흡연 여부·식습관 등이 꼽힌다.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의 약 절반이다. 발생 위치에도 차이가 있어 성호르몬이 발병 기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장 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장내 세균이 직·간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발병 원리와 치료법을 밝혀낼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 않고 동물 실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검증에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는 유산균 등과 대장 질환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살핀다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여성의 장내세균총에서 발견되는 유익균을 분석해 대장암 예방 및 치료제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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