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들고 채우기’ 동심으로 돌아가는 성수 이색 체험 2
이번 주 주말에는 뭐할까. 약속을 잡을 때마다 최대 고민거리다. 평소와는 다른 장소를 가보려고 해봐도 멀리 훌쩍 떠나지 않는 이상 카페, 맛집, 영화관 정도만을 맴돌 뿐이다. 싫은 건 아니지만, 한 번씩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잠시 반복되던 루틴을 깨줄 서울 시내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두 곳을 소개한다.
아키리움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해 물어보니 38랩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단어라고 했다. 아키리움 만들기란 책상 위 작은 힐링 공간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시멘트 모듈, 미니어처, 다육식물 등의 재료를 활용해 나만의 특별한 디자인 소품을 만들 수 있다.
가격도 마찬가지다. 시멘트 발판 가격이 기본비용으로 나오고 이 뒤로는 재료를 어떻게 추가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유동적으로 금액이 발생한다. 가장 작은 시멘트 기준 3만5000원이어서 기본비용만 나오기도 하고, 재료를 많이 추가할수록 비용은 올라간다.
시계 만들기와 크리스마스 한정으로 진행 중인 트리 만들기도 있었는데, 가장 기본형인 아키리움 만들기를 체험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시멘트 모듈을 고르는 일이다. 연필꽂이나 명함꽂이로 활용할 것인지, 관상용으로 식물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이후 용도를 생각해서 틀을 정하면 좋다.
토대를 잡으면 이후로는 자유롭게 꾸미면 된다. 우선은 나무를 만들고 울타리를 깔기로 했다. 나무는 물감으로 뿌리를 칠하고 이끼로 잎을 만들었다. 울타리는 코너형과 연결형, 여러 가지 버전이 있어 원하는 모양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각종 동물 모형이나 식탁, 의자들도 있어 세부적으로 배치해 꾸밀 수 있다.
현재도 주중에는 사무실로 운영하고 주말에는 예약제로 공방으로 이용한다. 아키리움 체험에는 다양한 재료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12세 미만의 어린이의 경우, 보호자의 동반 아래 체험을 진행할 것을 권장한다.
나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면서 주중에 쌓인 피로와 지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는 체험은 꽤 흥미로웠다. 그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 문을 두드려보길 추천한다.
사이즈는 캔버스 크기와 전지 크기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만약 기본 도안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4900원을 추가해 입체적인 질감과 색감 표현이 가능한 백드롭 페인팅으로도 진행 가능하다.
도안 종류는 산리오, 포켓몬, 디즈니 등의 캐릭터 도안부터 일반 풍경이나 정물화까지 다양하게 구비했다. 난이도도 천차만별인데 만약 그림이 익숙하지 않다면 배경이 많은 풍경화보다는 캐릭터 도안이나 정물화를 추천한다. 캐릭터 도안을 선택할 경우 라이센스 비용으로 2900원이 추가된다.
이미 그려진 그림 위로 물감을 채워 넣는 작업인데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성수 미술관은 기본적으로는 이용 시간제한이 없지만 대기 손님이 있는 경우에는 120분으로 제한하는데,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는 스케치북 때로는 벽이나 바닥까지 크레파스로 그리고 색칠하면서도 마냥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될수록 어쩐지 붓을 들면 잘 그려야 된다는 압박에 그림과 잠시 멀어졌었다. 성수미술관에서는 잠시 멀어졌던 그림과 다시 한 번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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