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넘어야 할 이란 징크스와 일본 그리고 방심[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4. 1. 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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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고 있는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오른쪽). 한국은 손흥민을 앞세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6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이번에도 넘어야 할 징크스와 오랜 라이벌들이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안컵에서 15일 바레인을 상대로 E조 첫 경기를 치른다. 아시안컵은 한국은 물론이고 이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나라들이 모두 출전해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왕좌를 다투는 경기다. 여기에 호주까지 가세해 각축을 벌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러 사정으로 1년 연기돼 열린다.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아시아 축구의 위상도 많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아시아 최강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국가들 간의 라이벌 의식도 커지고 있다. 아시안컵은 이들이 직접 마주치는 대회로서 과거에 비해 축구팬들의 관심을 점점 더 끌어모으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는 최근 6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 대회를 통해 더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은 제1회 대회였던 1956년 대회와 2회였던 1960년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했지만 이후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대회 과정에서 이란 일본 등 전통의 라이벌들과 치열한 대결을 펼쳐야 한다. 아시안컵은 특히 한국과 이란의 질긴 악연으로도 유명한 대회다. 한국과 이란은 아시안컵 8강전에서만 5번이나 연속으로 마주친 기이한 인연이 있다.

한국은 1996년 대회 8강전에서 이란에 2-6으로 대패했다. 이 여파로 박종환 감독이 물러났다. 2000년 대회 8강전에서는 연장전 끝에 2-1로 이겼다. 그러나 2004년 대회 8강에서는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이운재 등 2002 한일 월드컵 스타들이 대거 출동하고도 난타전 끝에 이란에 3-4로 졌다. 2007년 대회 8강에서는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한국이 승부차기로 이겼다. 2011년 대회 8강에서는 또다시 한국이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이겼다.

5개 대회 연속 8강전에서 만난 것도 특별한 인연이지만 8강 이후의 상황도 흥미롭다. 한국과 이란 어느 쪽이든 8강전에서 승리한 팀은 4강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 5번의 만남에서 4강전에 올랐던 팀은 한국이든 이란이든 모두 4강전에서 상대 팀에 패했다. 이는 8강전에서 총력전을 펼치며 모든 것을 쏟아부은 탓에 양 팀 모두 체력 고갈 등 여러 후유증을 겪은 탓이 컸다. 그만큼 한국과 이란은 서로를 의식하며 격렬한 대결을 벌여 왔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E조, 이란은 C조에 속해 있다. 상대적인 전력상 한국과 이란이 각 조 1위로 16강전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어 16강전에서도 각각 승리하면 이번에도 한국과 이란이 8강에서 만나게 된다.

한국의 상대로 이란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상대는 D조에 속한 일본이다. 한국이 아시안컵 2회 우승, 이란이 3회 우승(1968, 1972, 1976년)을 차지했지만 모두 1980년대 이전 일이었는 데 비해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역대 최다인 4회 우승(1992, 2000, 2004, 2011년)을 차지하면서 최근의 강자로 부상했다. 한국과 일본은 대진상 초반엔 만날 일이 없지만 양국이 결승에 오르면 만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시안컵 사상 최초로 한국과 일본이 결승전을 치르는 빅 매치가 펼쳐지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오래고도 뜨거운 경쟁 구도를 감안할 때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세계적 스타들을 보유한 한국은 역대 최강 전력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최선을 다한다면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 박수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팬들의 열망이 크고 민감한 대회일수록 그 후유증도 커진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07년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음주 파동을 일으켜 무더기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이운재 이동국 등 당대의 스타들이 대표 선수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고 그 후유증은 크고 오래갔다. 단지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 선수로서의 자세와 태도가 문제가 됐다. 팬들의 우승 소망이 크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원하는 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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