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용이 눈빛따라 움직였다… 이젠 손 아닌 얼굴로 게임한다
한 남성이 용(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게임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게임 컨트롤러(조작 장치)가 들려 있지 않다. 말로 명령을 내리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게임 속 드래곤은 눈동자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고, 얼굴을 씰룩이며 표정을 바꿀 때마다 급상승과 하강을 했다. 비밀은 그의 오른쪽 귀에 무선 이어폰처럼 꽂혀 있는 작은 IT 기기. 게임을 조작하는 것은 바로 그의 얼굴 표정이었다.
미국 스타트업 ‘나키(Naqi)’가 개발한 안면(얼굴) 신경 인식 장치 ‘뉴로 이어버드’가 구현해 낸 핸즈프리(손이 필요없는) 인공지능(AI)이 제시하는 미래 기술의 모습이다. 귓속에 퍼져 있는 안면신경의 미세한 신호를 잡아낸 센서가 이를 데이터로 바꾸고, 이 데이터를 AI가 분석·학습해 사용자 시선과 표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낸다. 이는 게임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 다양한 여러 장치를 조작하는 데 응용할 수 있다. 데이브 시걸 나키 창업자는 “이 기술로 전신 마비 장애인이 안면 근육만 써서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고, 손을 쓰지 않고 드론을 날릴 수도 있다”며 “머리에 칩을 이식하지 않아도 생각을 읽고 명령을 내리는 차세대 기기”라고 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 언베일드(Unveiled·미리 보기)’ 행사에는 첨단기술 스타트업 180여 개가 1000여 평 공간에 모여 자신들이 개발한 최신 기술 공개에 나섰다. 미래를 열 신기술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행사 취재를 위해 전 세계 200여 유력 매체 취재진이 모였다.
프랑스 업체 인복시아(Invoxia)가 내놓은 ‘미니테일스’는 반려견 목줄에 초소형 AI 장치(디바이스)를 접목한 제품이다. 심박수, 운동 경로 등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매일 건강 리포트를 만들어낸다. 주인이 집에 없는 동안 반려견과 함께 놀아주고, 사진을 찍어 주인에게 전해주는가 하면, 때맞춰 밥도 주는 반려견용 로봇 ‘오로(ORo)’도 큰 관심을 끌었다. 욕실 거울에 들어간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 표정 등을 분석해 기분을 파악해 주는 스마트 거울 ‘B마인드’, 손가락에 반지처럼 끼고 있기만 하면 건강 상태를 기록·분석해주는 ‘링콘’ 등도 미래 디바이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본 업체 비션(ViXion)이 내놓은 ‘자동 초점 안경’은 사용자가 착용한 순간 근시·원시·노안 등에 맞춰 알맞은 초점을 알아서 조정해준다. 웨어러블(Wearable·몸에 입는) IT 기기를 개발하는 시프트올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밖으로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방음 마이크 ‘뮤톡’과 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디지털화하는 웨어러블 밴드 등을 공개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게임 안에서 느끼는 촉감과 충격 등 여러 감각을 실제처럼 전달해 주는 ‘택트 슈트’와 ‘택트 글로브’를 착용해보려는 줄도 길었다. 게리 셔피로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최고 경영자는 이날 미디어 파트너를 위한 사전 행사에서 “챗GPT가 몰고온 테크 업계의 큰 변화가 CES의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생성형 AI를 넘어 ‘AI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미디어그룹 CES 특별취재팀]
▲조선일보 ▷팀장=정철환 파리 특파원, 조재희·정한국·김성민·임경업·오로라·유지한·이해인 기자
▲TV조선 ▷김지아 기자
▲조선비즈 ▷팀장=설성인 IT부장, 최지희·고성민·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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