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또 하나의 변수, 200만 재외 국민 ‘귀국 투표’

이종섭 기자 2024. 1. 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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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120만 전체 인구의 5%…미국엔 수십만명 거주
부재자 투표 없어…1·2위 10만표 내외 접전 땐 승부처
민심 미·중 양분 속 중립표방 후보 가세 ‘3파전’ 촉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에서 음악 전공 박사 과정에 다니는 하이디 다이(29)는 지난해 말 대만으로 돌아왔다. 오는 13일 치러지는 제16대 총통·부총통 선거와 제11대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는 “앞으로 2년은 대만에 있지 않겠지만 보다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돌아와 투표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재외 대만인들의 투표 참여가 또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다.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어 해외에 있는 대만인들은 선거에 참여하려면 귀국해 직접 투표해야 한다. 현재 재외 대만인은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현지 언론은 전체 인구(약 2395만명)의 약 5%를 차지하는 120만명가량이 중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본다. 미국 거주 대만인도 최소 수십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대만으로 돌아와 투표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이들의 투표 참여 여부와 표심이 중요한 이유는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 유잉룽 이사장은 “이번 총통 선거에서 1·2위 간 표차는 10만~94만표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영향력이 큰 재중·재미 대만인들의 정치 성향은 비교적 선명하다. 재중 대만인들은 친중 성향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재미 대만인은 반중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에 대한 지지 성향이 강하다. 하이디 다이는 “친중 성향 총통을 뽑는다면 아마도 앞으로 4년간 중국 공산당이 그들의 문화와 힘을 우리 사회에 흡수시키려는 시도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면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에 거주하는 대만 사업가 루밍한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되고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중단되면 기업인들은 더 높은 세금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외 대만인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국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재중 대만인들의 귀국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민당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샤리엔 국민당 부주석은 지난해 말 중국 남부 5개 지역을 순방했다. SCMP는 당시 “샤 부주석의 방중은 주중 대만 재계로부터 표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이는 국민당의 오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중 대만 사업가의 80%가 투표를 위해 대만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보도했다.

SCMP는 또 많은 재미 대만인 단체들도 선거 때마다 귀국 투표를 독려한다면서 일부는 조직된 캠페인을 벌이고 항공편과 호텔 마련을 돕기도 한다고 전했다.

재미·재중 대만인 표가 반드시 민진당과 국민당으로 양분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중립을 표방하는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가세해 총통 선거가 3파전으로 치러진다. 양극단화된 정당 구도에 싫증을 느낀 유권자들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3후보에 눈을 돌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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