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매일 밤 어지럽게 널린 헛간 선반을 정리하는 생쥐
영국의 BBC 방송은 8일 영국 웨일스의 포위스에 사는 야생 사진작가인 로드니 홀브룩(75)이 겪은, 밤마다 나타나서 헛간의 작업 선반을 정리해주는 생쥐 스토리를 소개했다.
인스타그램에 자연에서 만나는 동물 사진을 게재하는 작가인 홀브룩은 어느날 자신이 전날 밤 작업하다가 선반에 남긴 볼트, 너트와 같은 소품들이 다음날 아침이면 선반 위의 한 용기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번은 새들에게 주려고 꺼내 놓은 음식 부스러기가 헛간에 둔 낡은 신발 속에 옮겨져 있기도 했다. 그는 동물이 움직일 때마다 작동하는 야간투시경 카메라를 선반 주변에 설치했다.
그랬더니, 한 생쥐 한 마리가 한밤중에 나타나서 코르크와 볼트, 너트, 플라스틱 조각, 빨래 집게,케이블 타이 등 자신이 작업 선반에 어지럽게 놓은 것들을 열심히 물어서 이 용기 속에 넣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홀브룩은 이 생쥐를 ‘웨일스의 단정한 쥐(Welsh Tide Mouse)’라고 이름 붙였다고, BBC에 말했다.
이 ‘단정한 생쥐’는 옮기는 사물의 종류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홀브룩은 어느 정도 무게까지 이 생쥐가 옮길 수 있는지 여러 소품을 놓으면서 관찰을 했다.
홀브룩은 이 생쥐가 아마도 용기에 땅콩 같은 먹이를 놓은 뒤 주변 소품을 이용해 이를 감추려고 한 것 아닌가 추측했다. 그는 “이제는 생쥐가 나타나서 정리해 줄 것을 아니까, 작업이 끝나도 선반 위 소품들을 굳이 치우지 않는다”며 “100이면 99는 이 쥐가 나타나 밤새 정리를 한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2019년 2월 브리스톨에 살 때도 이런 일을 겪었다. 당시엔 친구인 72세의 스티브 매키어스의 헛간에서 일어났다고. 매키어스는 어느 날 땅콩 가루가 들어있는 새 먹이통에 나사 한 개가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키어스는 당시 BBC에 장난꾸러기 유령이라도 있는 양, 이렇게 헛간에서 작은 사물이 옮겨지는 일이 계속되자 “미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고령 노인들의 정신 상태에 대해 온갖 얘기를 들었던 터라, 나 자신에 대해 걱정이 됐다”는 것이다.
매키어스는 결국 친구인 야생 사진작가 홀브룩에게 부탁해, 선반 한 켠에 야간투시경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한 생쥐의 소행임을 확인하고 자신의 정신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안도했다고 한다. 이후 매키어스는 손톱깎이, 작은 금속 체인 등 다소 무게가 있는 물건들을 선반에 올려놓아, 이 생쥐가 이것을 새 먹이통 속에 넣으려고 분주한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야생 생쥐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2019년 매키어스의 헛간에서 열심히 정리하던 생쥐가 화제가 됐을 때, 과학뉴스 웹사이트인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는 이를 쥐의 여러 본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당시 이 웹사이트는 “동영상만 보면, 생쥐도 인간처럼 집 청소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물학은 그처럼 단순하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생쥐나 쥐 같은 동물은 자기 영역에서 낯선 사물을 보면 이를 땅에 묻어버리는데, 이는 설치류 동물에게는 자연스러운 땅파기 반응의 확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생쥐는 종이나 풀, 톱밥 등을 이용해서 잠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또 먹을 것이 풍족하면, 일부를 저장한다.
당시 사이언스얼러트는 “이 짧은 비디오로 정리하는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만, 이런 행동은 쌓아두고 묻고 환경을 일부 바꾸는 생쥐의 여러 반응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정리는 많은 동물에게 해당되는 덕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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