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에 불이익 안기고…탈법까지 종용한 권익위
뒤늦게 “문제 있는 것 같다” 신고자에도 “노무 자문 받아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공익신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으로 노무사가 맡을 수 없는 사건임에도 사측이 노무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인정한 것이다. 담당 조사관은 법 위반 소지를 파악한 뒤에도 오히려 신고자에게 “눈감아줄 테니 사용자 측처럼 노무 자문을 받으라”는 취지로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권익위는 2019년부터 공익신고자 A씨가 공익신고로 불이익을 받았는지 조사해왔다. A씨는 회사의 채용비리를 신고했다가 감봉, 부당해고 등을 당한 뒤 권익위에 보호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2020년 조사 결과 불이익이 있었다고 판단해 A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 A씨는 2021년 공익신고로 인한 괴롭힘 등이 추가로 있었다고 주장해 권익위에서 사측과 다투는 중이었다.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5월, 사측이 노무사 B씨에게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권익위에 항의했다. 노무사법에 따르면 A씨와 사측이 다투던 사건은 노무사가 수임할 수 있는 직무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권익위는 A씨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노무사 선임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사측은 이 판단을 근거로 정식으로 B씨에게 사건을 맡긴다는 위임장을 권익위에 제출했다. 대질 조사에 노무사가 배석하기도 했다. B씨는 A씨가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할 때마다 사측을 대리해 직접 반박했다. 권익위는 지난달에서야 착오를 인정했다. 담당 조사관은 지난달 12일 A씨를 만나 “지금 생각해보니 (사측의 노무사 선임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정식 대리는 안 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될 거로 생각했는데 다른 부처에 질의한 결과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사관은 그러면서 “선생님께서도 노무사를 선임하실 거면 대리 행위가 아니라 노무 자문 형식으로 처리하면 괜찮을 거 같다”고 말했다. A씨가 “(법적으로)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하자 조사관은 “그건 자율로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A씨에게도 탈법을 종용한 셈이다.
전직 권익위 조사관은 “명백한 권익위의 잘못”이라며 “공익신고자 보호는 민감한 문제인데 권한이 없는 노무사가 입회한 것은 공무상 기밀누설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경향신문의 해명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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