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앞에 이태원 특별법 놓이길”…유족들 ‘마지막 10.29㎞ 행진’

김송이 기자 2024. 1. 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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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본회의 하루 앞
시민 등 130여명 국회로
“부디 정쟁 법 되지 않길”
맹추위 속에서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임시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8일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사회에 이런 참사가 일어나면 국가가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유가족이 이렇게 길거리로 다시 나서야 한다는 게 이상하다. 숨길 것이 없다면 특별법 제정이 당연하지 않을까.”

8일 오후 1시59분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 선 고 문효균씨 아버지 문성철씨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이라고 적힌 문서를 머리 위로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전날 전북 전주에서 서울로 온 문씨는 국회 앞에서 팻말 시위를 벌인 뒤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이날 행진을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문씨는 이날 유가족 40여명, 시민 90여명과 시청 분향소에서 국회 앞 농성장까지 10.29㎞에 달하는 거리를 또다시 걸었다. 그는 비가 퍼붓던 지난해 여름부터 두 발로 걷고, 삼보일배를 했던 같은 거리를 몇 번째 다시 걷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두꺼운 패딩과 검은 장갑을 착용한 문씨는 추위에 귀와 코가 새빨개져 있었지만 이태원에서 어떻게 돌아오지 못한 것인지 모를 아들을 생각하면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문씨는 “유가족에겐 특별법이 통과되길 바라는 그 마음 하나”라며 “아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행진이라도 해야 덜 힘들 것”이라고 했다. 몸이 아파 식사도 어렵고 지난달 생업을 그만둬야 했다는 문씨는 거리로 나서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했다. 그는 행진 내내 두 손에서 특별법안을 내려놓지 않았다.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여야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행진에 나섰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해 8월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11월29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에 유가족들은 특별법안 통과를 위해 1인 시위, 추모제, 오체투지 등 긴급행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은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며 9일 본회의에서 표결하겠다고 했고, 유가족들은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행진에 나선 것이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믿었던 특별법 표결이 무려 3차례나 연기되면서 우리 유가족들은 엄청난 실망과 불신의 시간을 보냈다”며 “그럼에도 이렇게 참고 기다리는 이유는 참사를 대하는 정치권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특별법만큼은 결코 정쟁의 법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내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품에 안고 이 자리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고 이지현씨 어머니 정미라씨는 “1년여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유가족들은 이 추운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며 “제발 오늘이 마지막 발걸음이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정씨는 “정부와 여야는 인재영입이나 총선을 위해서만 준비 중이지만 우리 국민과 159명 아이들, 그리고 남은 유족들이 희망하는 것이 뭔지 알아야만 다음 총선 때 자리에 앉게 될 것”이라며 “내일 특별법을 통과시켜 가족들이 이 법안을 아이들의 영정 앞에 잘 가져다 놓을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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