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광호 처분’ 수심위에 떠넘겨…‘불기소 명분 쌓기’ 비판
유사 사건 지휘부 유죄 판례 있어도 ‘책임 회피성’ 결정
검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사진) 처분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회부하기로 한 것을 두고 ‘소극적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이 김 서울청장 기소 의견을 제시했던 점, 참사 사건 지휘부가 유죄를 받은 사례가 있는 점 등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검찰이 결정을 수심위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직권으로 오는 15일 김 서울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수심위를 개최한다. 이태원 참사 현장의 지휘 책임자였던 두 사람은 참사 당일 업무 과실로 시민들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전·현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의 의견차가 수심위 회부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9월 새로 구성된 현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세월호 참사 사건에서 해경 지휘부 전원이 무죄를 받은 점,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건 항소심에서 공무원들이 무죄 혹은 감형 판결을 받은 점 등을 들어 김 서울청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김 서울청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전 서부지검 수사팀은 김 서울청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의 공소장에 ‘참사 전 김 서울청장에게 인파 집중 위험성이 보고됐으며, 김 서울청장이 이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기재하기도 했다.
예견 가능한 사건에서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지휘부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전 서울청장이 유죄를 확정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 전 서울청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법원은 “이 사건 집회·시위의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과 시위대에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했다”며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양성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 참사 TF(태스크포스) 소속 변호사는 8일 통화에서 “참사 책임자의 유죄를 인정한 판례도 있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나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을 기소한 사례에 비춰보더라도 김 서울청장 등에 대한 수심위 회부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불기소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기소를 할 요량이었으면 수심위를 거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사안의 중대성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까지도 고려해 불기소에 대한 책임을 덜고자 수심위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검은 오는 12일까지 유가족 측, 김 서울청장, 최성범 서장, 수사팀 전원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대검 관계자는 ‘김 서울청장 등에 대한 불기소 가닥을 정해놓고 수심위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유죄 확신이 들 정도를 기소기준으로 해야 검찰권이 적정하게 통제가 된다"며 "그간 대검과 서부지검은 계속해서 협의하면서 검토를 진행해왔고, 이번 수심위 의견까지 반영하여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단을 갖지 않고 충실히 현안위원들(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충분한 숙의를 통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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