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필수 소재 ‘탄탈룸’, 재활용 기술은 있는데 뛰어드는 업체 없는 이유[도시광산]
해외 업체서 ‘부스러기’ 다 쓸어가
업계 “스크랩 구할 수 없어” 하소연
전문가 “소재산업 등 생태계 구축”
‘탄탈룸’은 15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경제에서 그리 중요한 금속이 아니었다. 회로기판에 장착돼 전기(전하)를 저장하는 용도로 쓰이는 콘덴서 따위의 제작에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2010년 전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선폭 50㎚(나노)급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반도체는 둥근 실리콘웨이퍼 위에 강한 빛으로 회로 패턴을 그려 넣은 뒤, 전기 신호가 다닐 수 있도록 회로 패턴을 따라 금속선(전기길)을 입힌다. 당시 메모리 업체들은 금속선에 알루미늄을 사용했는데 선폭이 50㎚로 줄자 알루미늄선의 저항이 커지면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지 못했다. 이에 알루미늄 배선은 퇴출되고 전도도가 더 높은 구리 배선이 도입됐다. 다만 구리는 반도체 절연체 안으로 쉽게 침투할 수 있어 이를 막는 1~3㎚ 두께의 고품질 보호막(배리어)이 필요한데, 여기에 탄탈룸이 쓰인다. 이제 탄탈룸 없이는 반도체를 만들 수 없게 됐다.
반도체 업체들은 99.999% 탄탈룸을 원판 모양으로 가공한 ‘탄탈룸 스퍼터링 타깃(Sputtering Target)’ 등을 수입해 쓰는데, 공정 중 상당량이 스크랩(부스러기)으로 남는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수년 전 탄탈룸 스크랩 등에서 탄탈룸을 회수해 고품위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 국내 중소기업에 보급했다. 하지만 정작 본격 생산에 들어간 업체는 아직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나오는 탄탈룸 스크랩을 확보해야 하는데, 해외 업체들이 스크랩을 싹 쓸어가니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매년 100t 정도의 탄탈룸 스크랩이 ㎏당 140달러(약 18만원)에 미국과 일본 등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품위 탄탈룸 소재를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는 해외 업체가 국내에서 나온 스크랩까지 회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에 탄탈룸 소재를 공급하는 미국의 GAM, 일본의 미쓰이금속광산(미쓰이그룹)·타니오비스(JX그룹) 등은 탄탈룸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한 업체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도시광산업이 활성화하려면 결국 소재기업 등 관련 생태계가 잘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탄탈룸 회수 기술은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며 “국내에 탄탈룸을 이용해 각종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 늘어나야 스크랩 확보가 용이해져 탄탈룸 재활용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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