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몰라?"···망해가던 '이 회사' 며느리가 맡더니 66조 시장 쥐락펴락

연승 기자 2024. 1. 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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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김정수 삼양 부회장 성공 스토리 집중 조명
김 부회장 "매운 음식 맛집 긴줄 보고 불닭볶음면 시도"
"남성 상속자 즐비한 재계에서 이례적 며느리 성공 신화"
[서울경제]
김정수 삼양 부회장.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캡처

한국에 최초로 라면을 선보인 삼양라면. 1963년 국내에 최초로 라면을 선보였지만 업계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최초의 라면 회사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농심, 오뚜기 등이 치고 올라왔기 때문. 라면 업계 ‘빅3’ 중 하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을 생각하면 시장 점유율을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삼양라면은 반전의 드라마를 써 나아고 있다. 극강의 매운 맛을 구현해 MZ세대를 사로잡은 불닭볶음면이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반전 드라마를 기획한 이는 바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003230)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다.

한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의 초기 제품사진(좌측부터 1963~1965년 제품). 사진제공=삼양식품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던 김정수 부회장은 이제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시장을 뒤흔드는 주역으로 떠올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삼성, LG, 현대 등 한국의 대기업은 남성 상속자들이 이끌고 있어 며느리로서 소위 말해 ‘다 망해가는 회사’를 살려낸 며느리의 경영 스토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김 부회장의 이력과 그가 주도한 불닭볶음면의 탄생 비화를 담은 약 9000자 분량의 기사를 실은 것이다.

사진 제공=삼양식품

WSJ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 앨버슨 등 대형 마트에 진출해있고 크로거의 판매대에도 곧 오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성공은 소비자들이 조리가 쉽고 저렴한 음식을 찾으면서 라면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전 세계 라면 시장은 5년 전보다 52% 불어나 지난해 약 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불닭볶음면은 라면계의 터줏대감 격인 마루짱 또는 닛신보다 한층 모험적인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고 가격도 다른 제품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일반 불닭볶음면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는 4404로, 타바스코소스보다 두 배 맵다.

월마트는 불닭볶음면이 프리미엄 라면 중 판매량 우수 제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삼양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일부 서부 해안 지점에서 판매 테스트를 거친 뒤 올해 미 전역에서 파는 걸 검토하고 있다.

앨버슨의 제니퍼 샌즈 최고 상품 책임자는 핑크부터 퍼블, 라임그린까지 삼양 제품의 화사한 포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샌즈 책임자는 또 "제품의 맛과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증가하는 라면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삼양 제품을 포함한 한국의 라면 수출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vN 예능 ‘서진이네’.
tvN 예능 ‘서진이네’의 한 장면. 사진=서진이네 캡처

그렇다면 불닭볶음면은 어떻게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을까? 성공의 중심에는 김정수 부회장이 있다. 극도로 매운 라면에 대한 아이디어는 김 부회장이 고교생 딸과 함께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을 산책했던 2010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안으로 들어서자 손님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것을 목격한 것이다.

자신과 딸의 입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매운맛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자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곧바로 김 부회장은 근처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비치된 모든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3개씩 사 각각 연구소와 마케팅팀으로 보냈고 나머지 하나는 집으로 들고 왔다고 한다.

최적의 맛을 찾는 데는 몇 달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개발팀은 개발에 닭 1200마리와 소스 2t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매운 음식 맛집도 찾아갔다. 김 회장은 "처음 시제품을 시식했을 때 (매워서) 거의 먹지 못했지만, 오래 먹다 보니 갈수록 맛있고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K팝 아이돌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이후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에 등장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고, 매운맛 챌린지 등이 MZ세대의 트렌드가 된 점도 인기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됐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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