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건설에 890억 지급…법정관리 ‘일단 스톱’
3개 이행·추가 자구안이 관건
워크아웃 개시 여부 11일 회의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이전하기로 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남은 890억원을 납입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갈 수 있다는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이 계속되자 열흘 만에 약속을 이행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태영그룹이 윤석민 회장(60) 등의 사재 출연과 같은 추가 자구안을 어느 정도까지 마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이전했다. 일부는 윤재연 블루원 부회장(58)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513억원) 중 일정액을 윤세영 창업회장(91)이 빌려 태영건설에 이전했고, 나머지는 티와이홀딩스 자체 자금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그룹도 이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겠다는 약속 이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자금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2062억원(세금 제외)을 확보했다. 태영그룹은 윤 회장의 여동생인 블루원 윤 부회장 몫을 제외한 1549억원(티와이홀딩스 1133억원·윤 회장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약속했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이사회에서 금전대여 결정 의결을 해 공시까지 했다.
그러나 태영그룹은 전날까지 태영건설에 659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890억원은 보내지 않았다.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를 갚으면서 태영건설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경향신문 1월2일자 19면 보도).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연이어 비판했지만 윤 회장은 오히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416억원)과 같은 금액을 지난 5일 티와이홀딩스의 신종자본증권 매입에 사용했다.
이에 대통령실까지 나서 언론에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있어야 워크아웃을 추진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태영그룹이 이날 늦게나마 자구 약속 4개 중 하나를 지키면서 파국 직전까지 달했던 분위기는 다소 나아졌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외에도 에코비트 매각 추진 후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4가지를 약속했다.
태영그룹은 조만간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논의대상에서 제외했던 사주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정부 “추가 자구안 제시해 채권단 신뢰 얻어야”
태영그룹은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도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면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자구계획은 산은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권단에 태영건설이 무사히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태영그룹이 앞서 제시한 4가지 자구노력을 조속히 이행할 뿐만 아니라,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된다. 금액 기준 채권단의 75%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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