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손웅정씨의 ‘교육 철학’

김태훈 논설위원 2024. 1. 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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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조선 초기 영의정을 지낸 황희에겐 기방을 자주 드나드는 아들이 있었다. 말로 타일러서는 듣지 않자 충격 요법을 썼다. 기방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대문에서 큰절로 맞으며 “네가 내 말을 듣지 않는 걸 보니 나를 아비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너를 손님의 예로 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제야 아들이 무릎을 꿇고 “기방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명재상 황희조차 자식 교육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양자역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아버지는 유니폼 판매원이었다. 변변한 지식은 없었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산책 학습’이었다. 아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책상에 바로 앉히지 않고 산책하러 나갔다. 한번은 마주치는 새 이름을 영어뿐 아니라 일어·이탈리아어 등으로 아들에게 알려주고 아들이 그걸 외우려 하자 “새 이름을 여럿 아는 것보다 저 새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호기심을 일깨운 뒤 귀가해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었다. 파인먼은 훗날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율곡 이이는 청소년 지도서인 ‘격몽요결’ 서문에서 ‘부모의 역할’을 먼저 강조했다. 학생의 학습 태도는 그 뒤에 나온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도 몇 해 전 ‘자녀의 학업 성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란 연구에서 부모의 솔선수범을 교사의 자질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부모는 자녀가 보는 앞에서 책을 읽어야 하고 읽은 것을 화제 삼아 자녀와 대화하라고 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나름의 자식 교육법을 얘기했다. 그가 강조한 것도 부모의 솔선수범이었다. 손흥민은 슛을 하루 1000개 찰 때 “아버지도 옆에서 똑같이 훈련하시니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손웅정씨는 어린 선수들에게 팔굽혀펴기를 시킬 때도 함께 한다. 그는 몇 해 전 쓴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나는 부족한 아비일지언정 아이들에게 노력하고 책 읽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했다.

▶손웅정씨는 인터뷰에서 “부모는 TV 보고 휴대폰 보면서 자식에게는 공부하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휴대폰 보게 하는 것은 결국 부모가 편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교권 추락, 청소년 사건 사고도 모두 부모 탓이라고 했다. 유치원 의대 열풍에 대해서도 “미친...”이라며 아이 재능을 무시한 부모들이 아이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어떤 부모였는지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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