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고려청자 도요지 지켜온 푸조나무
이름만 듣고 외래종으로 짐작하게 되는 나무 중 ‘푸조나무’가 있다. 하지만 푸조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저절로 자라온 토종 나무다. 남부지방에서는 중부의 느티나무나 팽나무만큼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뭇가지를 넓게 펼치는 특징 때문에 바닷가 마을에서 정자나무나 방풍림으로도 심어 키운다.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당전마을 어귀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푸조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인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다. 고려청자 가마터로 유명한 이 마을은 전국의 도공들이 모여 저마다의 작품을 빚어내던 곳이다.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는 생김새도 아름답지만, 우선 그 규모가 바라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고려의 도공들이 떠난 이 자리에서 300년 넘게 살아온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는 나무 높이가 16m 정도 되고, 뿌리 근처에서 잰 줄기 둘레는 8m를 훌쩍 넘는다. 게다가 나뭇가지는 사방으로 제 높이보다 넓게 26m씩 펼치며 땅에 닿을 정도로 편안하게 늘어졌다. 굵은 줄기의 웅장함과 늘어져 처진 나뭇가지의 평안함이 절묘히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나무 밑동의 굵은 줄기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한 경건함을 자아낸다. 줄기의 중심은 오래전에 태풍을 맞아 1.2m 높이에서 부러졌고, 그 바깥쪽에서 7개의 굵은 가지가 안쪽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원래 줄기보다 더 굵게 자랐다. 부러진 줄기의 상처 자국은 나무 스스로 완벽히 치유했다. 이제 오래전의 상처 자국은 가늠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회복했다. 꼼꼼히 살펴보아야 겨우 줄기 한가운데가 텅 빈 느낌을 받을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호하기 전까지는 마을 사람들이 칠월칠석에 나무 곁에 모여 잔치를 벌이면서 나무 보호 대책을 의논해 지켜왔다고 전한다. 돈이 필요하면 조금씩 추렴했고, 울력이 필요하면 너나없이 나섰다는 이야기다.
고려청자의 비췻빛 기억을 안고 마을 살림살이와 오래 어울려 살아온 우리 토종의 큰 나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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