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담당자 추적…표창받거나 의원 되기도
법원이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대해 15년 만에 재심을 결정한 건, 자백을 강요하며 불법 수사를 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당시 수사를 했던 당사자들은 표창을 받고 승승장구했거나, 국회의원이 됐거나, 이 사건을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조해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광주고법은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재심을 결정했죠.
위법한 수사가 있었다는 취지였습니다.
JTBC는 당시 수사와 재판을 맡았던 사람들을 추적해봤습니다.
먼저 검찰 수사관 정모 씨입니다.
[정 모 검찰 수사관-백씨 (2009년 조사) : {아까는 왜 인정했어요?} 얼른 안 떠올라서 거짓말했습니다. {거짓말했다 한마디하면 다 끝날 거 같아요? 말이 잘못 나왔죠?} 예. {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요 네?} 그거이 아닙니다. 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가 안 했기 때문에…]
윽박지르는 것도 모자라 유도심문까지 합니다.
[정 모 검찰 수사관-딸 백씨 (2009년 조사) : 아빠가 갖다 놨잖아, 거기다가. 누가 됐든 아빠가 누굴 시켰든 아빠가 됐든 결국 가봐라 그랬잖아, 창고에]
정씨는 같은 해인 2009년 검찰총장 표창을 받았고 다음해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습니다.
검사 강모 씨도 있습니다.
[강 모 검사-딸 백씨 (2009년 조사) : 근데 아빤 왜 다 혼자 니가 했다고. 생각해보니 열받지? 사실대로 이야기 안 한 게. 아빠 지금 그러고 있어.]
강씨는 이후 비위 의혹으로 옷을 벗었습니다.
그 위의 김회재 차장검사는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당시 브리핑에서 "진술의 허점을 치밀하게 파고드는 과정에서 진실을 토로한 것"이라며 "모두 영상 녹화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되레 위법수사의 단서가 됐습니다.
김 의원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당시 수사를 총괄했던 순천지청장은 지금은 변호사입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주요 이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검찰의 직권남용이 인정된다고 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는 어렵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판사인 홍준호 변호사는 JTBC에 서면 인터뷰를 했습니다.
"10년 전 백씨의 절망적인 눈빛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검찰의 질문과 피고인들 답변이 보통의 자백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결론을 정해 놓고 유도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2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아직 현직입니다.
재심을 결정한 재판부와 같은 광주고법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죄를 확정한 주심인 김능환 전 대법관에게도 입장을 물었습니다.
김 전 대법관은 "사건에 대해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라며 "법률에 따라 정당한 판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백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이 시작된다면 수사와 재판의 문제를 더 많이 드러내겠다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곽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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