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K] 2023년 사자성어 ‘견리망의’…서예가 김병기에게 듣다
[KBS 전주] [앵커]
전북에 사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열린K' 시간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해마다 전국 교수들이 그 해의 사회상을 아우르는 사자성어를 꼽는데요,
지난해, 2023년에는 '견리망의'가 채택됐습니다.
전북대 김병기 명예교수가 추천한 사자성어였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들어봅니다.
김병기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먼저, 견리망의 어떤 뜻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문자 그대로 볼견, 이로울 리, 잊을 망, 의로울 의,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입니다.
이익에 눈이 멀어 정의고 공정이고 다 잊고 오로지 탐욕만 발동하는 매우 부정적인 상황을 표현한 말입니다.
원래 4자성어는 대부분 긍정적인 교훈을 주거나 비유와 풍자를 통해 깨우침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견리망의'는 직접적으로 모리배들을 탓하는 말입니다.
원래는 이 '견리망의'라는 4자 성어는 없고, 논어에 '견리사의' 즉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공자님 말씀이 있을 뿐인데요,
세상에 의로운 사람보다는 몰염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모리배들을 꾸짖는 말로 '견리망의'라는 말이 생긴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지난해를 아우르는 사자성어로 이 '견리망의'를 추천하셨어요?
이유가 뭔가요?
[답변]
'교수신문' 측에서 2023년도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대변할 만한 사자성어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이 왔을 때 나는 즉석에서 이 '견리망의'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2023년의 우리나라는 정의는 잊고 서로가 이익 다툼만 해대는 부정적 상황이 많은 한 해였나 봅니다.
참 씁쓸한 이야기지요.
전세사기 , 분양사기, 보이스 피싱 등이 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이야 어떻게 되든 전혀 상관할 필요가 없다는 지극히 악질적인 이익 추구 즉 ‘견리망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나라를 이끄는 정치계도 이런 '견리망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이익, 자기 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다보니 이해와 수용 등 정치적인 협상이나 타협은 거의 보이지 않고 상호비방과 싸움만 난무하는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육계에서도 견리망의의 행태가 어수선하게 발생하여 현직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도 있었습니다.
남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내 자식의 편리와 인권만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슬기롭지 못한 ‘견리망의’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새해는 '견리망의'에서 벗어나 앞서 언급하신 '견리사의' 즉,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는 해가 되어야 할텐데요,
올해는 어떤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는 사자성어를 미리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문자 그대로 '견리사의' 합시다.
눈앞에 나타난 이익을 보았을 때 혈안이 되어 이익만 챙기느라 의로움을 저버릴 게 아니라, 이익 앞에서 의로움을 생각하는 의연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기를 희망합니다.
특히 정치인들부터 그렇게 해야 '공정'한 사회가 됩니다.
총선이 다가옵니다.
이익 앞에서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을 뽑도록 합시다.
[앵커]
교수님은 서예가이기도 하시죠.
전북의 대표적인 서예 전시회인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고요.
그런데 요즘 사실 한자를 막연하게 어려워하거나 잘 쓰지 않는 분들 많은데요,
이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고요?
[답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 서예를 알리기 위해 저는 세계서예 전북 비엔날레 초창기부터 함께 했고요.
총감독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수년전부터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 서예와 다른나라 서예의 차이점을 특강하고 서예전을 열었는데요.
특히 근·현대 문화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헝가리, 루마니아,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등 을 다녔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서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서예에 대한 설명을 하고 퍼포먼스를 할때마다 무척 큰 관심을 보였는데요,
앞으로 서예가 또 하나의 한류로 세계로 나갈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내부입니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큰 관심을 갖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한자와 서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어의 70%가 한자입니다.
한자를 알아야 문해력도 늘어나고, 또한 한자로 기록된 우리나라 역사로 되찾을수 있습니다.
한자와 서예에 대한 국민들인식이 좀 바뀌기를 기대해 봅니다.
[앵커]
글씨를 많이 쓰는 서예가이시다보니 글씨를 통해 글쓴이의 성격까지 특징까지 알 수 있다고요?
[답변]
조선의 명필가인 추사의 말을 빌리면 '문자향 서권기'라고 했습니다.
바로 좋은 글씨에는 문자의 향기와 책의 기운이 반드시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서예는 호흡, 지압, 지체운동, 집중,몰입과 명상등 정신과 육신 두 방면의 건강 증진에 절대적인 작용을 하는데요,
그러므로 글씨는 그 사람의 성격과 마음을 표현하죠.
예를 들어 조용하고 정성을 들인 글씨는 온유한 사람인 것을 상징하고, 힘이 넘치는 글씨는 호방하고 용기있는 성격을 말합니다.
격을 상징하는 글씨...
서예를 잘한다는 것은 사람이 사랍답게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상 편집:최승리/글·구성:진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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