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지주사 지분 내놓기로 가닥…채권단 "이행 여부 지켜볼 것"
티와이홀딩스 윤석민 회장 지분 활용
태영건설 지원 자구안 곧 내놓을 듯
"기존 3가지 자구 계획, 조속히 이행"
정부 "태영 의지보이면 워크아웃 개시"
추가 자구안 늦어도 10일까지 내놔야
[이데일리 김국배 송주오 김아름 기자]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개시 조건이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잔액(890억원)을 ‘지각 납부’하면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의 불씨를 살렸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개시를 위해 추가 자구안을 곧 제시할 계획이다.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자금을 확보해 태영건설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은 윤석민 회장 등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33.7%)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 자구안의 진정성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당국·채권단과의 협상 분위기가 급반전하며 워크아웃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8일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그리고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을 통해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나머지 자구계획에 대해 성실히 이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티와이홀딩스는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도 이른 시일 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태영그룹은 9일 공식적인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태영이 결국 백기를 들고 지주사 지분 출연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결국 정부와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과 더불어 채권단이 워크아웃 조건으로 요구한 3개월 5000억원 유지비를 마련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어서다. 결국 고강도 압박과 법정관리는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분 출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태영그룹이 언급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오너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의 사재 출연 방안일 것으로 예상한다. 태영그룹은 그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전액 지원했다고 주장해왔다.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사용한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채권단과 시각차를 보였다. 추가 자구안 요구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로 그간 일관했다. 지난 주말 대통령실까지 나서 “(자구 계획)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한, 지원하기 어렵다”고 압박하자 태도를 바꿨다.
태영그룹은 블루원으로부터 100억원을 1년 기한으로 단기 차입하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계열사인 SBS 주식 117만2000주를 2025년 7월 8일까지 담보로 제공해 330억원을 빌리면서 890억원을 마련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번 차입 이유에 대해 “회사의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라고 했지만 채권단 내부에선 오너 일가가 큰 희생을 감내했다고 보긴 어려운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워크아웃 관건은 태영그룹이 채권단을 만족할 만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느냐다. 당국과 채권단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만한 추가 자구안이 필요하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티와이홀딩스 지분 매각이나 오너 일가의 충분한 지분 담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대주주 지분 담보 제공은 부실 경영을 빌미로 그룹을 포기하란 얘기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그룹도 대주주 경영권 약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채권단이 태영그룹 법정관리를 결정하면 수분양자와 협력업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정관리는 협력업체 공사대금 같은 상거래 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추가 자금 지원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양이 끝난 입주 예정자와 협력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채권단의 복잡한 구조와 의결권도 변수다. 보통 워크아웃 채권단 규모는 20~30곳에 그치지만 산은이 태영과 관련해 채권단협의회 통지서를 보낸 곳은 400곳이 넘는다. 산은을 포함해 은행권이 채권단협의회에서 갖는 의결권은 33% 수준이다.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의 최소 75%가 찬성해야 한다. 산은 등 은행권이 동의해도 나머지 42%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달 11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확정하는 채권자 협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늦어도 10일까지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이 제출돼 채권단을 움직여야 한다.
채권단을 설득할 충분한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태영 측이 제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채권단에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 노력 의지가 확인된다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시장 안정과 건설업 지원, 수분양자·협력업체 영향 최소화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인 시장 안정 조치를 필요 시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는 등 상황별로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했다.
김국배 (verme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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