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내면 세 끼 가능…"손님들이 가격 올리라고 난리예요" [여기잇슈]
요즘 뜨는 세상의 이야기를 '여기'에서 전합니다
외식물가 고공행진 속 '착한가격업소' 눈길
지역 평균가보다 20~30% 저렴하게 운영
정부 "외식부담 덜 것"…1만개 확대 계획
"1인 가구 수요↑…운영 실태 파악 필요"
"오히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가격을 올리라고 난리예요."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손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60대 전모 씨는 이같이 말했다. 전씨는 잔치국수를 3000원, 손칼국수를 5000원에 판매 중이다. 그는 "면을 직접 뽑고, 최대한 모든 식자재를 원물로 구입해 직접 가공한다"면서도 "아침에 남들보다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착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치솟는 외식 물가에도 칼국수 가격은 12년간 고작 2000원이 올랐다. 10년 넘게 이 가게의 단골이라는 50대 홍모 씨는 "요즘엔 점심 한 끼를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먹기 쉽지 않다"며 "고물가 시대에 이 가격을 유지하시는 사장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착한 가격' 식당들 인기
새해를 맞아 외식 물가의 고공행진에 서민들의 주름살이 늘어난 가운데, '착한 가격'을 내세운 이른바 '가성비 식당'들이 주목받고 있다. 공깃밥 하나에 3000원인 곳도 등장해 점심값 지출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식당들이 지갑 사정이 어려운 이들의 수요를 잡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정오께 방문한 서울 은평구 연서로의 한 식당은 김치찌개 한 그릇을 3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5년 전에 문을 연 이 가게는 방문객들 사이 '전국에서 제일 착한 김치찌갯집'으로 입소문 나며 최근 들어 유독 발걸음이 몰리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등의 콘텐츠에 소개되면서 입소문이 난 것이다.
현재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 많게는 100여명이 몰리는 탓에, 대기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는 날도 생겨났다. 이곳 직원인 김모 씨는 "사회초년생부터 나이가 지긋한 분들까지 오는데, 특히 직장인 중에는 가게를 지나가다 이 가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왔다가 맛을 보고 감탄하고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사장님은 늘 어려운 사정을 가진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가격을 쉽게 못 올리고, 밥을 무한 리필로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방문한 서울 종로구의 한 돈가스 전문점은 수제 돈가스를 6000원, 치즈돈가스를 7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20년 넘게 '착한 가격'으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60대 점주 김모 씨는 "손님 대다수가 인근 대학생인데 학생들 주머니 사정이 뻔하지 않냐"며 "한 끼 배불리 먹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학생들을 보면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고 말했다.
"인건비·재료비 절약하고 가격 그대로"
이날 방문한 가게 모두 행정안전부가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목표로 지정한 '착한가격업소'에 해당한다. 행안부와 지자체는 개인 서비스 요금과 물가 안정을 위해 2011년부터 착한가격업소를 지정 및 운영해왔다. 자영업자들의 관심 속 지난달 기준 7065개 업소가 지정됐고, 고물가에도 관련 업소가 지난해 919개가량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역 내 동일 서비스 요금보다 평균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6.0%로 전년(7.7%)보다 소폭 둔화했으나, 2022년을 제외하면 1994년(6.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외식 물가는 2013년부터 11연째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이런 가게들이 한결같이 '착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인건비와 재료비 절약이 주된 이유로 파악된다. 일부 가게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인건비를 덜어내거나, 직원 없이 가족들끼리 장사를 이어갔다. 직원 전원이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곳도 있었다. 착한가게업소들이 이름을 알리며 생겨난 기부자들의 후원을 받는 가게들도 포착됐다.
행안부는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업소를 총 1만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행안부는 올해 처음으로 국비(15억원)를 편성해 착한가격업소당 연간 85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세제 혜택과 주방세제, 고무장갑 등 필요 물품도 지원했으며,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착한가격업소 이용 활성화 및 시설개선 지원도 추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중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많다. 특히 독거 노인의 경우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단순 비품 지원에 그치지 말고 업주의 요구나 가게 운영 실태를 잘 파악해야 한다. 업주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체감해야 착한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가 부자가 될 사주인가…2024년 신년운세 확인
▶ 한경 창간 60주년 구독신청 사은품 보기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혼 안 하는 '저학력 男·고학력 女'…"이대로 가다간" 경고
- 한국 연합군이 해냈다…챗GPT 꺾고 '세계 신기록'
- 10억원대 성수 아파트, 4개월 새 집값 '와르르'…무슨 일이?
- "손님들이 가격 올리라고 난리"…'돈쭐' 맞은 착한 식당들 [여기잇슈]
- "기쁨의 눈물 흘렸는데 '인분'이라니"…세종 신축 입주자들 '분통'
- '이병헌 협박녀' 김시원…"지쳤다" 24억 쓸어 담고 은퇴
- "양규 오빠"…'고려거란전쟁' 지승현의 연기 차력쇼
- UN 김정훈, 음주 측정 거부해놓고…새해 인사까지 올렸다
- 강경준-유부녀 사생활 대화 보도에…"이게 맞나" 갑론을박
- "연 3000억 번다"…손흥민 뛰는 경기장, 대박 터진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