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낮춘 태영, 9일 사재출연 카드 꺼내나…전방위 압박에 890억 완납도
태영은 채권단이 워크아웃 수용 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해온 추가 자구안에 대해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태영과 오너측은 추가 자구안으로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오너의 사재출연 등도 거론되는데 이르면 9일께 추가 자구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이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약속 이행 (890억원 완납)’에 태영측이 8일 응한 것도 상황의 변화를 이끌었다.
태영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계열사 티와이홀딩스의 매각대금 2062억원 중 윤재연 블루원 대표(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장녀)의 몫인 513억원을 제외한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태영건설로 실제 이전한 자금은 659억원 뿐이고 나머지 890억원은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보층채무 변제하는 데 사용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에서는 약속대로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넣으라며 압박을 가했고 버티던 태영이 이를 8일 완납했다.
태영은 지난 3일 발표했던 기존 자구안인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태영은 채권단에 “무사히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금융당국 등의 분위기 변화도 읽혀진다. 지난 주말까지 ‘태영측이 강력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아닌 기업회생으로 갈수도 있다’는 상황이었지만, 8일에는 협상해 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8일 아침 최상목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비상거시경제 점검회의(F4회의) 후 정부는 자료를 통해 태영측의 구체적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면서도 채권단에게는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되면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당부해 이전의 강경한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태영측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겠다는 자세여서 협상을 진행해 볼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대신 기업회생으로 가면 모든 채권이 조정대상이 되는 만큼, 태영건설의 1075개여개의 협력사(구매처 494개 포함)와 수분양자가 피해를 입고, 이는 건설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기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SBS를 보유하고 있는 태영 입장에서도 기업회생으로 가면 도덕적인 비판의 부담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특히 부실한 태영건설사만 ‘꼬리자르기’하고 방송사만 살린다는 비판을 받게 되면, 더 큰 후폭풍이 올 수 있다고 금융당국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을 넘어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까지 태영건설을 압박한 것도 태세 전환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티와이홀딩스는 계열사 블루원에서 100억원을, 윤세영 태영 창업회장의 장녀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330억원을 차입했다고 밝혔다. 이 돈은 이날 완납한 ‘890억원’을 조달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 태영측은 나머지 460억원의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또 티와이홀딩스가 윤재연 대표에게 돈을 빌리며 SBS 주식 117만 2000주를 담보로 제공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윤재연 대표 입장에서는 설령 티와이홀딩스가 자금을 상환을 하지 못해도 SBS 주식을 챙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채권단 등에서는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과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해 왔다. 아울러 블루원에서 차입한 돈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티와이홀딩스로 이동시킨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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