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고을 명성 되찾자"... 청정도시 청주 만들기 시민 운동 '활활'
상인회·기업체·학교·군부대로 확산
1년간 1만 4000여명 대청소 참가
올해부터 일반 시민단체까지 확산
진정한 범시민 환경운동으로 승화
탄소중립 인프라사업도 차곡차곡
수소충전소 증설·친환경매립장 가동
수암골 목재친화도시로 변신 시동
기후위기 조례 등 제도 기반 다지기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종석(55)씨는 매월 마지막 주만 되면 점포 주변에서 대청소를 한다. 새벽 일찍 빗자루와 집게, 종량제봉투를 들고 나와 쓰레기를 줍고 길을 쓰는 일을 시작한지 1년이 다 돼간다. 대청소에는 인근 업주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처음엔 공무원들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이젠 업소마다 자발적으로 대청소에 동참하고 있다”며 “거리가 깨끗해지니 손님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시민 호응 속 친환경 사업 전방위로
청주시의 ‘맑고 깨끗한 청주 만들기’ 사업이 시민들의 호응 속에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맑고 깨끗한 청정도시 조성은 이범석 청주시장의 민선8기 핵심 공약이다. 이 시장은 “지명(淸州) 그대로, ‘맑은 고을’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청주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맑고 깨끗한 도시 만들기 범시민 실천운동’이다. 깨끗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인식 전환과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23년 1월부터 시작된 이 운동에는 주요 기관과 단체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유관단체, 직능단체에 이어 도심 상인회와 전통시장 상인들, 기업체, 각 학교, 군부대 등으로 참여가 확산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로 지정한 대청소 주간에 지난 1년간 참여한 연 인원이 1만 4,000명을 넘는다.
쓰레기 투기 장소가 작은 꽃밭으로
범시민 실천운동은 단순히 청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심 곳곳에 꽃을 심고 가꾸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주요 사거리와 버스 승강장, 마을 입구 등 60여 곳에 꽃묘 16만 그루를 심어 미니 정원을 가꿔놓았다. 특히 상습적인 쓰레기 불법 투기 지역에 작은 꽃밭을 조성, 주민 휴식공간으로 변모시켜 놓기도 했다.
탄소중립을 향한 인프라 사업도 다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9월 서원구 남이면 남청주IC 인근에 청주지역 5번째 수소충전소를 준공했다. 이로써 상당·서원·청원·흥덕 등 4개구 주요 나들목에 충전 인프라 구축을 완료, 운전자들의 수소차 이용 편의를 크게 높였다. 상용차 수소충전소도 건립돼 이달 중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SK플러그하이버스㈜이 송절동 충청에너지서비스㈜부지에 건립한 충전소다. 이 충전소가 가동되면 시내권 이용자의 수소차 이용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청주 제2쓰레기매립장은 최첨단 친환경 위생매립장이다.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22만㎡에 매립용량 118만㎥ 규모로 조성된 이 매립장은 이중 차수시설을 갖춰 침출수 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각재와 불연성폐기물만을 묻고 매일 양질의 토사로 15cm가량 복토하기 때문에 해충 서식 우려도 없고 악취도 발생하지 않는다. 매립 연한은 2046년까지이다.
대표 관광지는 목재 친화 공간으로
청주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재 친화도시 만들기에도 적극적이다. 시가 1호 목재친화 거리로 조성하려는 곳은 벽화와 드라마 거리로 유명한 수암골이다. 시는 이곳 거리의 가드레일과 가로등 전봇대 등을 목재로 교체하고 목재체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실시설계,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에 착공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산림청의 목재친화도시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비를 지원받아 추진한다. 시는 국내외 목재 테마거리 사례를 분석해 청주만의 특색 있는 목재거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청주 대표 관광지인 수암골에 친환경 소재인 목재를 입히면 더욱 독특한 경쟁력을 갖춘 명소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목재를 즐기는 목재문화 거점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1회 용품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 공공세척센터 건립 사업도 진행 중이다. 46억원을 들여 청원구 내덕동 일원에 건립중인 이 시설은 오는 6월 가동 예정이다. 이 센터는 말 그대로 여러 번 쓸 수 있는 컵·식기 등을 회수해 세척 후 재공급하는 시설이다. 2회 세척라인을 갖춘 이 센터가 가동되면 1일 2만 개의 다회용기를 공급할 수 있다. 청주시는 “대형카페, 장례식장,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1회용품 컵·식기를 다회용컵·식기로 대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기후위기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친환경 도시 조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시는 지난 2022년 12월 ‘청주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존 조례’를 공포했다.
이 조례에는 신·재생 에너지 전환, 녹색건축물 활성화, 녹색교통 활성화, 친환경차 보급 및 기반시설 확충, 탄소흡수원 확대 등 부문별 친환경 시책과 행정·재정적 지원을 세세하게 규정해 놓았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시는 최근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도시 소음 해결 대책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배기소음 95dB(데시벨)을 초과하는 이륜자동차를 이동소음원으로 지정하는 이동소음원 규제지역을 고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95dB을 초과하는 이륜자동차는 공동주택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 지역과 주거지역 등에서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운행이 제한된다. 이를 위반하면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시는 이와 함께 배달대행 사업장과 협약을 체결, 이륜자동차 소유자들을 상대로 이동소음 규제에 대한 홍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민관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환경을조성하고 탄소중립을 앞당겨 ‘삶의 질 다른 도시, 시민이 가장 행복한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펼쳤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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