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특집 ‘공백’ 못다한 이야기…제주 의료 ‘공백’ 채울 해외 사례는?

나종훈 2024. 1. 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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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어렵고 복잡한 뉴스를 쉽게 설명해드리는 친절한 K. 오늘은 지난번에 방송한 특집 '공백: 제주가 채워야 할'의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나눠보겠습니다.

나종훈 기자 나왔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우리가 공백이라는 제목의 뜻과 주제로 선택한 의료와 헬스케어타운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봤는데요.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죠?

가장 중요한 제주에 의료를 어떻게 채울지, 헬스케어타운에 의료를 어떻게 채울지는 이야기하지 못했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제주에 부족한 의료, 헬스케어타운에 없는 의료라는 기능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면서 해외 여러 사례를 찾아봤었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앵커]

일본과 싱가포르 현지를 취재하고 왔죠?

[기자]

이번 특집을 준비하며 제일 먼저 살펴봤던 곳은 미국 텍사스였습니다.

세계 최대 보건의료클러스터가 있기 때문인데요.

1945년에 설립된 이곳은 여러 대학 등 교육기관과 병원, 지원기관이 들어서 있어서, 암이나 재활치료 등 여러 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의료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인 MD 앤더슨 암센터와 세계 최대 어린이병원도 이곳에 위치해 있고요.

연간 800만 명 넘는 환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고요.

이를 통해 거둬들이는 경제적 효과만 연간 32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앵커]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은데, 왜 이번 특집에서는 취재하지 않았죠?

[기자]

분명히 좋은 사례이고, 참고할 부분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제주와 여러 환경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텍사스 메디컬센터는 MD 앤더슨이라는 사업가가 과거 의료 복합도시 건립을 목적으로 재단을 설립한 게 시초인데요.

민간 자본에 의해 민간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주변으로 병원과 의료연구시설, 대학 등이 몰렸고, 이를 지방정부가 뒷받침한 것입니다.

아울러, 이곳은 전 세계 의료 1번지이긴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리병원이 활성화돼 있죠.

그래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비슷한 이유에서 최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최대 의료특화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 헬스케어시티도 관심이 가긴 했지만 의료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지대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여러 환경이 달라서 일본과 싱가포르 사례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일본과 싱가포르는 어떤 특징이 있던가요?

[기자]

이번 특집을 통해 취재한 일본 고베의료산업도시와 싱가포르 원노스 바이오폴리스는 모두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탄생한 의료클러스터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제주헬스케어타운 역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JDC라는 정부 산하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죠.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면 제주와 여러 여건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앵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일본 고베시에 있는 의료산업도시는 폐허 속에서 일궈낸 성과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 고베시는 1980년 대만 하더라도 전 세계 항만별 물동량이 세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아시아 최고의 무역항이었는데요.

번성하던 도시는 1995년 한신대지진을 겪으면서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막대한 인명 피해와 함께 기반시설이 무너지며 당시 재산피해만 우리나라 돈으로 130조 원에 달했습니다.

그야말로 폐허가 됐던 건데, 무너진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추진한 게 바로 의료산업도시입니다.

지진 이전만 하더라도 원래 디즈니랜드와 같은 대규모 테마파크를 건설하려고 했었는데, 지진 이후에 고베 시민들에게는 관광보다는 의료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의료산업도시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앵커]

의료산업도시라고 하니까 좀 추상적인데, 단순한 산업단지라고 이해해야 할까요?

실제 고베 시민들이 찾고 있나요?

[기자]

고베의료산업도시는 크게 3가지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병원들이 밀집해 있는 메디컬 클러스터와 연구기관과 의료기기업체들이 자리한 R&D 클러스터, 국책 연구기관과 대학 부설기관이 있는 시뮬레이션 클러스터, 이렇게 3개 구역인데요.

이 중에서도 메디컬클러스터는 고베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입니다.

이 메디컬클러스터는 고베중앙시민병원을 중심으로 8개의 전문 병원이 모여있는데요.

고베중앙시민병원은 일본에서도 전국 응급의료 평가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수준 높은 종합병원이고요.

이 외에도 효고현립어린이 전문병원과 세계에서 처음으로 iPS 유도만능줄기세포 수술을 한 고베아이센터 안과병원, 고베대학병원 국제암연구센터, 니시메모리얼 재활병원 등이 서로 역할을 나눠 고베 시민들을 맞고 있습니다.

질병이라는 게 종류도 다양하고 환자마다 양상이 달라서 한 병원에서 모든 질병을 치료하기는 불가능한데요.

고베시는 이처럼 고도로 전문화된 병원들이 서로 역할을 나눠 협업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웬만한 질병을 고베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앵커]

고베의료산업도시에서 메디컬클러스터말고 다른 곳도 소개해주세요.

[기자]

네, 고베의료산업도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R&D 클러스터인데요.

리서치 앤 디벨롭먼트, 연구 개발을 하는 곳이죠.

신약과 같은 제약 연구를 하는 기업들이 자리해 있고요,

재생 의학이나, 세포연구, 건강식품 개발 등 헬스케어,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특히 의료기기 연구 개발 업체도 많이 입주해 있는데요.

일본의 첫 수술지원 로봇인 히노토리가 이곳 의료산업도시에서 탄생했습니다.

의료기기 중에서도 가장 수준 높고, 값비싼 의료기기가 수술 로봇인데요.

현재 아시아 지역으로 의료기기 수출도 이뤄지면서 많은 고부가가치를 올리고 있고요.

고베의료산업도시에서 생기는 경제유발 효과만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 돈 1조 4천억 원, 이를 통해 거둔 세수도 630억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앵커]

설명을 들으니까 고베의료산업도시가 잘 안착한 느낌인데, 성공 비결이 있을까요?

[기자]

고베시와 일본 정부의 노력이 컸습니다.

사실, 고베시가 의료산업도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바로 민간업체들이 입주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겠죠.

이곳에 제일 먼저 둥지를 튼 건 이화학연구소같은 국책 연구기관이었습니다.

뒤를 이어 확장이 필요한 병원들이 옮겨왔고요,

효고현립 대학, 코난대학 캠퍼스 등도 입주했습니다.

이 사이 고베시는 이곳에 공용사무실과 저렴한 임대연구실 등을 갖춰놓고 민간 기업을 유치했고요,

일본 정부는 슈퍼컴퓨터까지 이곳에 배치하며 기업들의 연구 활동을 도왔습니다.

기업은 대학으로부터 인재를 공급받고 병원에서 의료 관련 여러 임상 데이터를 받고요,

반면, 대학은 연구할 수 있는 공간과 일자리를 얻게 되고, 병원은 새로운 치료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되고요.

고베시는 이와 같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앵커]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는 어떻게 지역에 기여하고 있던가요?

[기자]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작은 도시국가입니다.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인데요.

싱가포르 정부가 미래먹거리를 찾아내고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2003년 시작한 게 원노스 프로젝트입니다.

과거 영국군이 주둔하던 200만 ㎡ 부지에 4개의 클러스터와 상업, 주거시설을 결합시킨 새로운 단지를 만들었는데요.

이 안에서도 주목받는 곳이 바이오폴리스, 의료산업단지입니다.

입주기업을 위한 저렴한 공용 사무실과 연구실, 공용 장비를 갖춘 산업용 빌딩이 밀집한 곳인데요.

싱가포르 정부는 국책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신약 개발을 시작으로 해외 합작 투자기업을 유치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해 나갔습니다.

입주하는 기업에는 다양한 세제 혜택과 정부 연구과제 참여, 투자 지원도 했는데요.

한마디로 초기 재정 부담은 제쳐두고 연구에만 전념하라는 거죠.

이곳에서 나온 연구 성과는 지역 병원과 연계해서 지역 의료의 수준을 높여가고요.

기업들은 신약 개발 등을 통해 산업적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현재 싱가포르는 전 세계 의약품의 40%를 생산하는 의료 허브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결국, 의료산업을 키우려고 했던 정부 또는 지자체의 노력이 중요했던 것 같네요.

이러한 의료산업 형태가 아닌 다른 사례도 취재하고 왔죠?

[기자]

일본 고베시에 있는 시아와세노무라, 일명 행복촌인데요.

모든 시민에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한다는 시민복지 조례에 따라 고베시가 지역 내 사회복지단체와 공익재단을 꾸려 조성한 곳입니다.

제주헬스케어타운과 비슷한 면적에 조성된 일종의 복지단지인데요.

전체 38개 시설 가운데 3분의 1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와 의료시설로 구성됐고요.

나머지 3분의 2는 공원과 숙박, 레저, 스포츠 시설로 채워져 있습니다.

노인과 장애인, 일반 시민 모두 이곳에서 휴식하고 즐기라는 뜻인데요.

일종의 실버타운과 복지시설, 요양재활병원, 여가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여러 기능이 한데 모여있다 보니 노인과 어린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요.

고령화 사회 속 늘어나는 복지와 의료 수요를 한 번에 충족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해외사례를 살펴봤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제주에, 그리고 헬스케어타운에 어떤 기능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 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제주는 열악한 의료인프라를 개선하고, 산남 산북이라는 지역적인 의료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뿐 아니라 초고령사회 속 늘어나는 의료와 복지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여러 과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이 과제는 제주도정은 물론, 지역 의료계, 학계 등 여러 기관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요.

헬스케어타운 역시 여기에 어떠한 기능을 담았을 때 제주에 도움이 되는지 함께 고민하고 채워간다면 이곳이 분명 제주 전체의 의료 안전망에, 돌봄망 또는 복지망에 보탬이 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여기서 마무리하죠.

나종훈 기자 고생했습니다.

나종훈 기자 (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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