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자유전공 확대, 기초학문 고사 없게 하라
교육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는 ‘무전공’ 내지 ‘자율전공’ 선발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부터 새 입시요강 마련에 나섰다. 새 학기에 고교 3학년이 되는 수험생들은 의치대·사범대를 제외하고 일정한 정원 내에서 학과·전공 없이 입학한 뒤 2학년 때 진로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 개인의 전공 선택권은 보장할 수 있겠으나, 자칫 기초학문이 타격을 입고 국가경쟁력까지 저하될까 우려스럽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6월 교육부가 대학 기본조직을 학과·학부로 규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예고됐다. 사회 변화에 맞게 학문 간 전통적인 분류 칸막이를 없애고 자유로운 융합을 증진한다는 취지를 내걸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수도권 대학은 20%, 국립대는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수천억원 규모의 정부 인센티브 사업비를 준다는 방침이다. 재정이 빠듯한 대학들로서는 상당한 압박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 자유전공제도를 도입했다가 취업에 유리하다는 일부 학과에만 학생들이 쏠려서 학과·학부 단위 모집으로 되돌아간 사례가 있다. 학문융합이라는 이상을 기대했다가 청년 고용시장 한파라는 현실에 부딪힌 것이다.
‘무전공’이 확대되면 대학 내 순수학문이 더욱 외면받고 아예 문을 닫는 ‘폐과’ 사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자기주도 학습이 낯선 신입생들이 수학·과학 기초를 다질 기회를 놓치면 인공지능(AI)과 첨단공학 인재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로 인해 ‘n수생’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여러모로 국력 낭비다.
대학들의 우려 표명에도 아랑곳없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런 ‘무전공’ 개혁을 강행하고 있다. 경제학자인 그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의 위기를 타개할 방책으로 ‘수요공급의 법칙’을 내세운다. 신자유주의 경쟁체제 도입으로 이명박(MB) 정부 교육정책을 파탄 낸 장본인이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대학교육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렇잖아도 대학들은 올해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거 삭감해 기초학문의 타격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교육은 시장만능주의가 아닌 긴 안목과 호흡으로 가꿔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초학문이 고사되는 일은 결코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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