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정부가 쓴 작년 ‘한은 마통’ 117조원…역대 최대

임정환 기자 2024. 1. 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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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한국은행으로부터 117조 원이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역대 최대 규모로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잦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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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정부가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한국은행으로부터 117조 원이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이 중 4조 원은 다 갚지도 못하고 해를 넘겼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간 누적 금액은 총 117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됐던 2020년 대출액(102조913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대출이 늘면서 정부가 작년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506억 원에 달했다. 연간 기준으로 일시대출금과 이자액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 잔액은 4조 원으로 집계됐다. 다 갚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어간 연말 잔액도 2012년 말(5조1000억 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다. 지난해 갚지 못한 4조 원의 경우 오는 20일까지 모두 상환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역대 최대 규모로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잦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으로 정부의 총수입(492조5000억 원)에서 총지출(502조9000억 원 )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0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시차입금 제도는 단기 유동성을 조절할 때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연속적으로 빌렸을 경우에는 기조적으로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저희 입장에서 세수가 한 달 뒤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 쓰겠다고 하면 그것(일시대출)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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