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국 속 정무부지사의 부산 밤거리
[KBS 제주] [앵커]
지난해 말 제주도 새해 예산안 심사 때 김희현 정무부지사의 의회 불출석을 두고 논란을 빚었죠.
특히, 정부의 긴축재정에 지방채 발행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제주도와 도의회 모두 비상이었는데요.
이 같은 예산 정국 당시, 부산 밤거리에서 김 정무부지사의 모습이 KBS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강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말, 부산 남포동의 밤거리입니다.
식당과 노점상들 사이로 중년의 남성이 보입니다.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입니다.
한 여성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기대 걷는가 하면, 여성이 김 부지사의 팔짱을 끼고 한참을 걷다 한 극장 건물로 들어갑니다.
[김희현/제주도 정무부지사/지난해 11월 25일 : "끝난 거 아닌가?"]
우연히 김 정무부지사를 보게 된 KBS 취재진은 고위공무원인점을 고려해 확인차 인사를 건넸습니다.
[김희현/제주도 정무부지사/지난해 11월 25일 : "((부산엔) 어떻게 오셨어요?) 나, 일 보러왔어요. (출장이세요?) 네, 네. (무슨 일로요?) 전시회요."]
그런데 취재결과 김 부지사의 공식 일정에는 출장도, 전시회도 없었습니다.
특히, 이날은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본심사 시작 전이자, 김 부지사가 의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해외 출장 가기 직전 주말입니다.
같은 시각 제주도에선 긴축재정 속 7조 2천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사를 위해 제주도와 도의회 모두 비상이었습니다.
[공무원/음성변조 : "휴가를 거의 안 가죠. 당연히 대기해야죠. 심사도 있고 요구자료도 있고 해서."]
당시 의회에선 김 부지사에 대해 해외 출장 전 주말과 휴일 이틀이 있었는데도, 예산 협의도 없이 떠났다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제주도 정무부지사 소관 업무는 농업과 해양수산 등 1차산업과 문화, 관광을 비롯해 의회와의 협력까지로 관련 예산만 1조 6천3백억 원 규모입니다.
[한동수/도의원/지난해 11월 28일 : "권한을 가져갔으면 책임을 져야되는 거지 않습니까. 제가 계속 있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강충룡/도의원/지난해 11월 28일 : "(예산)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협의를 하고 가야지 20일 동안 있었는데 얘기도 없이 가면 어떡해요."]
취재진은 김 부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두 차례 집무실을 찾았습니다.
예산 정국 부산 일정에 대해 김 부지사는 개인 일정인데 뭐가 문제냐며 반문했고, 당시 같이 있던 여성에 대해선 처음엔 부산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했다가, 사촌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명확한 답을 듣기 위해 보름 뒤 다시 방문한 자리에선 해당 여성에 대해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고, 팔짱을 끼거나 품위 손상의 행위는 없었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정무부지사로서 의회와의 예산 협의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이 부족했다는 의원들의 지적엔, 어떤 정무부지사가 의회와 예산협의를 하러 다니냐며 초선의원들이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새해 예산의 최종 조율도 본인이 마지막에 다 한 것이라며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전직 정무부지사들의 말은 김 부지사의 설명과는 달랐습니다.
한 전직 부지사는 예산 심사는 비상시기로 주말 휴일 할 것 없이 의회에서 부르면 바로 가도록 준비하는 건 기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전직 부지사는 예결위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주요 사업별 예산확보 필요성을 설명하며 민생예산을 챙겼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에는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김희현 정무부지사는 3선 도의원에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원내대표와 부의장 출신이며, 본인을 임명한 도지사를 대신해 각종 국내외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고준용
강인희 기자 (in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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