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던 IS의 부활…이란·아프간·이라크 테러로 존재감 과시[디브리핑]
이란서 대규모 폭탄 테러로 다시 주목
중동 혼란 기회로…전쟁 위험 고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지난 2019년 국제동맹군에 패배해 기반을 잃었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최근 국제사회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IS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에 이어 7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도 잇따라 테러를 저질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등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IS까지 가세하면서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IS는 요르단 출신의 살라피주의자(이슬람 근본주의)들이 만든 수니파 극단조직에 뿌리를 둔 테러조직이다. 2000년대 초 알카에다 이라크지부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고 2006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이름을 바꾸며 국가를 표방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중 봉기인 ‘아랍의 봄’에 따른 각국 중앙정부의 약화와 혼란을 틈타 세력을 키웠으며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영토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며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설립을 선언했다.
IS가 연이은 테러로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자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은 격퇴전을 벌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의 점령지를 탈환했다. 미국 정부는 2019년 3월 “지도상에서 IS를 모두 지웠다”고 발표했다.
근거지를 상실한 IS는 지하로 숨었지만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게릴라 전술로 테러를 이어가며 재건을 모색했다.
지난해 7월 나온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약 5000∼7000명의 구성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무장대원으로 알려졌다.
IS는 새해 벽두부터 이란에서 대규모 폭탄 테러를 일으키며 다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로이터통신, dpa통신 등에 따르면 IS는 3일 텔레그램을 통해 이란 중부 케르만시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성명을 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IS 자체 선전매체 아마크를 인용해 두 명의 IS 대원이 폭발물 조끼를 입고 범행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IS가 이란 공격 배후를 자처한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로 91명의 사망자와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벌어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다.
거점을 잃고 패배했던 IS가 수년 만에 대규모 테러를 일으킨 것은 중동의 혼란을 조직 재건의 기회로 삼으려는 행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안보 컨설팅기업 수판그룹의 테러 전문가 콜린 클라크는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을 테러 배후로 추정했다. 호라산은 이란 동부, 중앙아시아, 아프간,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클라크는 “ISIS-K가 그동안 이란 내 목표물 공격에 대한 의도와 능력을 모두 보여줬다”며 “ISIS-K는 이란을 공격하기를 원한다. 이란은 가장 중요한 시아파 세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 주도의 이슬람 시아파 확장에서 상징적 존재인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추모식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ISIS-K의 테러 방식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IS는 이슬람 시아파를 이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 적대적이다.
2020년 10월 이란 시라즈의 샤체라크 영묘에서 괴한의 무차별 총격으로 10여 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친 것도 ISIS-K와 연관이 있다고 이란 당국은 주장했다.
IS는 이란에 그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도 잇따라 테러를 저질렀다.
7일 AFP·dpa 통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 아프간 수도 카불 서부에서 한 버스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5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폭발이 발생한 곳은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이 모여 사는 마을인 다시트 에 바르치이며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 중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폭발이 일어나고 몇 시간 뒤에 IS 현지 지부는 텔레그램에 IS 무장대원들이 버스에서 폭발물을 터트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아프간지원단(UNAMA)은 소셜미디어에 이번 폭발로 사상자가 최소한 2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밤 이라크 북부 살라딘주에서는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사비' 대원 2명이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의 공격에 맞서다가 입은 부상으로 숨졌다고 하시드 알사비가 성명을 통해 밝혔다.
IS는 텔레그램 성명에서 자신들의 공격으로 하시드 알사비 대원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라크군은 IS의 공격 몇 시간 뒤 살라딘주와 인접한 디얄라주의 IS 은신처에 항공기로 보복 공습을 가해 IS 무장대원 4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안 그래도 위태롭던 중동 지역은 IS의 테러로 위험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6일 튀르키예에 도착해 중동 순방에 나섰다. 그는 튀르키예에 이어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집트를 잇따라 방문해 가자지구 전쟁 확전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은 대중동 개입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이라크에서 모든 미군을 철수시킨 후 2014년에만 예외적으로 IS에 대항하기 위해 이라크에 미군을 배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탈레반과 철군 협정을 체결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아프간 주둔 미군을 모두 철수시켰다.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동맹 관계, 세계 경제에서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핵심 역할, 이란과의 오랜 경쟁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중동 지역으로 다시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CNN은 “이같은 요인들 중 어느 것도 빠른 시일 내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위험은 이란 대리군과 미국, 이스라엘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의 점점 더 치명적으로 자행되는 공격이 중동 지역을 더 큰 전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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