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청부심의’ 의혹 안건 ‘비공개’ 결정한 류희림 방심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본인의 ‘청부 민원’ 의혹 관련 안건 논의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항의하자, 류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방심위는 8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올해 제1차 방심위 정기 회의를 열었다. 이날 ‘의결사항’ 안건으로는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 진상규명 방안 마련과 의혹에 따른 위원회 신뢰 회복 방안 등이 올라왔다. 지난달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방심위의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 과정에서 류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민원을 넣었다는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이 접수됐다.
회의가 시작하자 류 위원장은 본인의 의혹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 “의결 안건으로 다루는 것보다는 기타 사항으로 논의하는 게 타당하다”라며 “안건을 공개 논의할 경우에는 위원회 민원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고,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비공개로 논의하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의장 밖)접견실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자”라고 말한 뒤 정회를 선포하고 회의장을 나갔다. 여권 추천 황성욱 상임위원, 허연회 위원, 김우석 위원도 따라나섰다. 야권 추천 옥시찬, 윤성옥, 김유진 위원은 자리를 지켰다.
류 위원장은 여권 위원들과 함께 회의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안건 비공개에 관한 의견을 묻겠다”라고 말한 뒤 여권 위원 3인과 본인 등 4명의 동의로 안건 논의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법은 위원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자가 해당 사안의 당사자가 되는 등 경우에 “직무 집행에서 제척된다”고 정하지만 류 위원장은 표결에 참여했다.
강행 직후, 옥시찬 위원은 큰 소리로 “위원장이 당사자인 안건 3건에 대해 위원장은 어떤 투표권도 없다”라며 “별안간 와서 비공개는 무슨 비공개냐”라고 말했다. 이어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에 따라 권익위에 비실명 대리 신고한 방법이나 절차상 하자는 전혀 없어 보인다”라며 “류 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내세워 국면 전환을 시도하지만,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다른 법과 경합할 경우 이 법을 우선 적용한다고 돼 있다”라고 말했다. 또 “노사 동수로 조사위원회를 구성, 청부심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류 위원장의 제지에도 옥 위원이 발언을 이어가자 류 위원장은 오후 3시42분쯤 두 번째 정회를 했다. 여권 위원들도 “정회에 동의한다”며 회의장을 떴다.
30여분이 지나도록 류 위원장과 여권 위원들이 돌아오지 않자 윤 위원은 다시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정회’가 선포된 뒤 나온 위원들의 발언은 회의록에 기록되지 않는다.
윤 위원은 “2018년 방심위에 허위 민원을 넣은 직원이 파면됐는데, 법원은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민원을 꾸며낸 것은 거짓된 방법을 사용해 방송 심의를 뜻대로 유도하고자 함’이라고 보며 ‘방심위 핵심 가치인 공정성, 공공성을 크게 훼손하는 사례’라고 밝혔다”라며 “허위 민원이라면 이해충돌뿐 아니라 방심위 업무 방해로 중대한 범죄이고, 위원장 해촉 사유는 차고 넘친다”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방심위 기조실장 등을 통해 ‘회의를 속개할 수 없어 2주 후에 재개하겠다’라고 야권 위원들에게 전달했다. 김유진 위원은 “자신에게 불리한 안건을 처리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쓰다가 제동이 걸리니까, 안건 처리를 회피하고 도망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입장문, 신년사 등을 통해 거듭 권익위 신고자가 ‘개인 정보를 불법 유출한 중대 범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심위는 현재 내부 감사를 통해 신고자 ‘색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류 위원장은 방심위 명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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