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구안 이행한 ‘태영’… 정부 “미진…워크아웃 무산 대비” [뉴스 투데이]

이도형 2024. 1. 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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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홀딩스 “건설에 890억 투입”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납입
일부는 SBS 지분 6.3% 담보로
윤 명예회장 일가에 빌려 논란
채권단, 추가 사재 출연 등 요구
최 부총리 “공적자금 투입 없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개시를 놓고 채권단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태영그룹이 8일 채권단 요구대로 기존 발표한 자구안을 이행했다. 태영그룹이 정부 당국과 채권단 압박에 일단 물러난 모양새다. 정부는 “아직 미진하다”며 추가 자구안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워크아웃 무산도 대비하고 있다”고 재차 압박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TY홀딩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채권단이 미이행했다고 판단한 890억원을 추가로 태영건설에 투입했다”며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그리고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을 통해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나머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성실 이행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8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뉴스1
앞서 태영그룹 측은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자금 중 윤석민 회장과 TY홀딩스 측 자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납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중 890억원을 TY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채무 해소에 썼다. 이를 놓고 채권단은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해 왔다.
정부는 “일부 진전이 있다”면서도 추가 자구안 마련을 압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후 기재부는 “태영이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했다”며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되는 경우 채권단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최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태영건설이) 자구노력을 일정 부분 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아직은 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태영 관련 부분은 저희가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태영 측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없다”고 답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에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의에는 “당연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또 “(태영건설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너무 의존한, 부채 의존적인 경영을 했다”고 태영 측을 비판했다.

이제 초점은 태영 측이 추가 자구안을 얼마나, 어느 정도의 규모로 내놓을지로 이동하고 있다. 당국과 채권단은 윤세영 명예회장을 비롯한 사주일가의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TY홀딩스 지분이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복잡한 방송법적 제약이 있는 SBS가 아니더라도 TY홀딩스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이 채권단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윤 명예회장을 비롯한 태영 사주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은 33.7%이다. 이날 시가총액(종가 기준)이 2393억원이므로, 금액으로는 800억원 수준이다. 태영건설 채권 규모와 비교하면 소액이지만 당국과 채권단은 사주일가의 ‘진정성’ 여부를 파악할 시금석으로 지분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
“임금체불 해결하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8일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태영건설 측에 임금체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태영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어음을 남발하면서 업체가 어음을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TY홀딩스는 이날 공시에서 태영건설에 납입한 890억원 중 330억원은 윤 명예회장 딸 윤재연씨로부터 6개월 단기로 빌린 것이라고 했다. TY홀딩스는 담보로 SBS 주식 117만2000주, 전체 지분의 6.3%가량을 제공했다. 사주일가가 SBS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사재 출연이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오는 11일 채권단협의회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추가 자구안 마련이 불발되거나, 수백명에 달하는 채권단 내부 이견으로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태영건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전환될 확률이 높아진다.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태영건설과 연관된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에 우선 큰 피해가 갈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이 전국에 진행 중인 공사는 140건으로, 이와 관련된 협력업체는 581개사이며 하도급계약 기준 1096건이다.

정부는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인 시장안정조치를 필요하면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는 등 상황별로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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