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물류플랫폼 `더 운반` 개발 주역… "기술만큼은 누구와도 경쟁 가능하죠"
'삼성맨' 10년만에 중국유학… MBA과정 거치며 공급망 공부
핀란드 대사관·포티투닷 근무하다 CJ와 인연 스타트업 합류
"올해는 시장지배사업자로 성장 목표… 자율주행 접목도 고민"
"새로운 기술이나 경쟁사 분석 등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단순 하드웨어보다 새로운 서비스나 생태계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갖게 됐죠. 서비스나 생태계에서 차별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8일 서울 강남 사옥에서 만난 최형욱(46·사진) CJ대한통운 디지털물류플랫폼CIC(사내독립기업) 최고운영책임자(상무)의 얘기다. 최 상무는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고 2004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삼성맨'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을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그는 "IT와 기술 쪽에 관심이 많아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며 "휴대전화의 내·외관을 설계하는 기구설계 업무를 맡다가 새로운 기술이나 경쟁사 리서치 분석을 담당하는 기술전략부서로 옮겨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에는 미국 애플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특허, 서비스, UX(사용자 경험), UI(사용자 환경) 등을 통해 어떻게 생태계를 만드는지 공부했다"며 "2010년 이후는 주로 중국 업체 분석을 하면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는 이들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공급망 등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일해오면서 그는 큰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심각했던 시기였어요. 외부 접점이 많다 보니, 내부에선 보지 못했던 다른 생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죠. 그때 단순 하드웨어 제조보다 새로운 생태계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한국은 제조와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시기로 과연 이게 맞나라는 회의감도 들었고, 왜 하드웨어를 플랫폼으로 활용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고민도 했습니다."
그는 중국을 직접 방문해 현지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10년 넘게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 두고 무작정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MBA(경영학 석사 과정) 과정을 밟으면서 현지 공급망에 대한 관심도 이어갔다. 최 상무는 "중국의 잠재 능력이나 가능성을 보게 됐으며, 반대로 한계도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MBA 과정을 끝낸 뒤에는 핀란드 한국 대사관 무역대표부(상무부)에 취업해 기술영업이나 투자유치 등을 담당했다. 그는 "당시 핀란드는 테크 관련 요소 기술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었다"며 "리눅스(컴퓨터 오픈소스 운영체제)도 핀란드인이 처음 만들 만큼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나 요소 기술 수준이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디지털물류플랫폼CIC에 합류하게 된 계기 역시 인재를 찾던 CJ대한통운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최 상무는 핀란드 대사관 무역대표부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이자 자율주행 모빌리티 개발 스타트업인 포티투닷으로 옮겨 CSO(최고전략책임자)와 부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포티투닷 CSO로 근무하던 당시 CJ대한통운이 포티투닷의 투자사였다"며 "CJ대한통운 측에서 미들 마일(공급 체인이나 물류 과정의 중간 부분)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있었고 기회가 닿게 돼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1월 합류해 스타트업처럼 사내개발조직을 꾸리고 독립 사무실을 얻었고, 같은 해 12월 디지털물류 플랫폼 '더 운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며 "2023년 1월 1일 베타 서비스에 이어 7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운반'은 물류업계에서 익숙하게 쓰고 있던 기능들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더 운반'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 실시간으로 최적 운임을 찾고 화주와 차주를 직접 연결시켜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새 플랫폼을 만들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물류업계의 미들 마일 운송 과정에서 주선사라는 중간 브로커가 끼어 있는데, 기존 관행을 깨고 주선사 없이 화주와 차주를 직접 연결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며 "궁극적으로 플랫폼이라고 하면 수요와 공급이 직접 연결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상무는 "2024년은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배적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미들 마일 플랫폼 시장에서 1등을 목표로 '더 운반'에 자율주행을 접목시키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지털물류플랫폼CIC는 우수 인력을 채용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지만, 물류산업 자체가 기술·시스템보다는 노동집약적 이미지가 강해 이런 부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며 "개발 능력이나 기술 수준으로 보면 통신사나 우수 모빌리티 기업과 비교해도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고, CJ대한통운 역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자체 연구소를 통해 AI기반 연구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디지털물류 플랫폼은 수많은 화주와 차주, 다양한 종류의 화물, 복잡한 운송경로 등 생생한 산업현장의 빅데이터가 가장 많이 축적되는 곳"이라며 "이런 점에서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의 '더 운반'은 초격차 물류 AI기술 연구와 구현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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