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위기' 美 연방정부 예산 총액 합의…공화당 강경파 '반발'
공화당 강경파 "실패한 예산…용납 못해"
쟁점 예산 세부안 규모 놓고 진통 불가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의회 지도부가 약 1조6600억달러(약 2180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에 잠정 합의,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부분 정지)는 일단 피하게 됐다. 다만 공화당이 요구한 재정 적자 확대를 우려하는 공화당 강경파 등의 반대를 넘는 등 여야 간 협상으로 이견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미 연방정부 예산은 사회보장과 의료복지 등 분야의 ‘의무지출’과 이외의 ‘재량지출’로 구분되며, 재량지출은 다시 국방 예산과 비국방 예산으로 나뉜다. 이번에 의회 지도부는 국방 예산은 8863억달러, 비국방 예산은 7727억달러로 합의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올해 국방 예산을 8860억달러로 정하는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안)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들이 합의한 초당적 자금 지원은 불필요한 정부 셧다운을 방지하고 중요한 국가 우선순위를 보호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존슨 의장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세청 예산 100억 달러 삭감, 미사용 코로나19 구호 기금 61억달러 회수 등을 언급하며 “원하는 만큼 지출을 줄이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으로부터) 힘든 양보를 얻어냈다”, “공화당이 지난 10년간 달성한 가장 유리한 예산 합의”라고 강조했다.
그간 미 연방정부 2024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은 지난한 과정을 이어왔다. 공화당은 비국방 예산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무리한 예산 삭감은 불가하다고 맞서면서 본예산 합의가 미뤄져 왔다. 이에 두 차례 셧다운 위기를 맞아 ‘땜질식’ 임시예산안이 마련됐다. 작년 10월에는 1차 임시예산안 처리를 주도한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이 공화당 강경파의 반발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매카시 의장의 뒤를 이어 임명된 존슨 의장은 지난해 11월 각각 1월19일과 2월2일 각각 2단계로 시한을 둔 임시예산안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일부 보훈, 교통, 농업, 주택 에너지 등 관련 부처 예산을 포함한 정부의 약 20%에 해당하는 예산은 오는 19일 소진되며, 국방부와 국무부 등 나머지 예산은 내달 2일에 만료된다.
임시 예산안의 1차 만기(1월 20일)가 13일 남은 가운데 본예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추가 임시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연방정부 업무의 일부가 중단되는 초유의 셧다운 사태가 불가피하다.
미 상·하원 세출위원회는 부문별 예산안을 채우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셧다운을 피하려면 미 의회는 앞으로 10여일 내에 세부안에 합의해야 할 뿐 아니라 공화당이 우위를 점한 하원과 민주당이 과반인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외신들은 양당 지도부가 예산안 총액 규모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내역을 놓고 공화당 강경파 등이 다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이 양당 간 대표적으로 이견이 있는 국경 문제와 관련해 공화당 강경파에 맞서 어려운 선택지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주 이내에 부분적인 정부 셧다운을 피하고자 제때 합의안을 확정하고 법으로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실제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코커스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완전한 실패”라며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 지출 수준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줄이고, 낙태 접근권 제한과 엄격한 이민 규제 등 보수적인 정책 수정안을 지출 법안에 첨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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