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추가 자구안`은 여전히 안갯속…워크아웃 개시 산넘어 산

이미연 2024. 1. 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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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에 890억 투입
11일 채권자협의회 결정 주목
오너 사재출연 등 추가안이 관건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최후통첩에 끝까지 버티던 태영그룹이 8일 결국 기존 자구안을 이행(890억원 납부)했다. 금융당국이 'B플랜'이라며 '법정관리'까지 언급하자 백기를 든 것. 일단 자구계획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태영 측은 추가 자구안이나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계획은 내놓지 않은채 "산업은행과 추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태영 측의 추가 자구안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개시를 끌어낼 열쇠로 보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채권단 설득 가능성은 미지수라 태영건설의 사활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태영 측이 4가지 자구 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를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상목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4 회의' 멤버 외에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 추진이라는 기본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채권단에는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되는 경우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태영 측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지만, 매각대금의 일부인 890억원을 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에 먼저 사용하면서 논란이 컸다. 채권단 설명회 후에야 이 부분에 대해 태영 측은 '태영건설 지원과 마찬가지'리고, 이를 오너가의 '사재출연'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런 태도에 설명회 당일 금융위원장부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금융당국 등은 지난 주말 내내 태영 사태 논의를 위해 모였지만, 태영 측의 자발적인 이행은 이끌어내지 못해 되려 정부가 끌려다니는 모양새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전날인 7일에는 대통령실과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태영의 '자신의 뼈를 깎는 자구안 이행'을 촉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연출되기도 했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여전히 '태영 측이 정부가 살려줄 것이라고 확신해 진정성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태영건설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890억원의 입금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이로써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티와이홀딩스 지분 1133억원과 윤석민 회장 지분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겠다는 약속이행을 완료했다"며 추가 자구안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 최종 결정 자리인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에 열리는데, 만약 워크아웃 안이 부결된다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게되면서 태영그룹이 건설을 포기하는 수순이 될 전망이다. 실제 워크아웃 개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은행권 의결권이 33% 수준에 그쳐 나머지 채권자 42%의 동의를 원활하게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법정관리 단계로 가면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추가 자금 지원도 정지된다. 기존 수주 계약 해지와 향후 입찰 참여 및 분양이 어려워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구순이 넘는 태영 오너가 눈물을 흘리며 워크아웃이 꼭 필요하다는 호소문을 직접 읽기도 했다.

태영 워크아웃 '볼모'로 잡힌 협력업체와 수분양자들도 좌불안석이다. 태영 측이 밝힌 태영건설 협력업체는 전국 약 112개 현장, 1075개에 달하고 수분양자는 2만여 세대에 가깝다. 이날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한 아파트 공사현장 노동자들은 태영건설의 어음 남발로 인한 임금체불 고발에 나서기도 했다.

일단 워크아웃 신청시 전제조건을 내걸었던 기존 자구안 이행으로 법정관리에서 한발짝 떨어지긴 했지만,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3000억원 수준의 사재 출연 등이 추가 자구안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법정관리는 태영 측에 큰 고난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 과거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건설사들은 풍림산업과 같이 회생절차에서 인수합병이 되어 대주주의 경영권을 잃거나 벽산건설처럼 파산선고를 받아 공중분해의 길을 걷게될 가능성이 높다.

벽산건설 등 건설회사 회생 및 파산절차에 참여했던 김문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은행의 워크아웃과 달리 회생절차나 파산절차 등 법정관리 절차가 시작되면 소송이나 강제집행 등 채권자들의 채권행사가 정지될 수 있어, 협력업체들이 받을 돈이 일시에 묶여 버릴 가능성이 크다"며 "변제 과정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일부를 변제받을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채권자들과의 평등한 변제를 고려해야 하는데, 은행이 보유하는 채권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영세한 협력업체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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