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청문회 '재판거래' 공방…與 "적법절차" 野 "짜고치기"(종합)
후보자 선친 조지훈 시인 언급도…"아버지 명예 누 끼치지 않는 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김철선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조 후보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재상고심과 관련한 '재판거래' 의혹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조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 해외 파견 확대 등을 위해 정부 희망대로 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상대 손배소 재상고심 판결을 늦추는 거래를 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외교부 2차관이던 조 후보자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여러 차례 만나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해 재판을 늦추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청문회에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선 외교 문제가 소송 절차에 관련돼있는 사안일 경우 국무부나 외교 당국의 의견을 물어 그 의견을 존중해 판결하는 게 관행으로 형성돼 있다"며 "우리 외교부가 법원에 이러한 의견을 제출하는 게 불법을 하거나 뒷방에서 몰래 이뤄진 일은 아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엄호했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도 "조 후보자가 주유엔대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훈장도 받았다. 당시 면밀한 인사 검증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중책을 맡고 훈장도 받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나오니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이용선 의원은 "당시 판결을 뒤집을만한 나름의 근거와 명분에 입각한 모범답안을 법원으로부터 받아서 외교부가 전달했던 절차로 보면 완전히 재판거래, 짜고 치기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냐"고 따졌다.
같은 당 김홍걸 의원은 "조 후보자가 임 전 차장, 유명한 김앤장 고문 등과 강제동원 재판을 지연시켜 판결을 대법원판결이 확정되기까지 10년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르신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분들에게 정말 정부가 못 할 짓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다른 문제는 몰라도 이 문제를 사법농단으로 정의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임 전 처장과의 대화 내용을 밝히라는 야당 의원 요구엔 "법정에서 한 이야기를 여기서 또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이날 청문회에선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과 관련해 추진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두고도 재차 충돌했다. 제3자 변제 해법은 일본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 기여로 마련한 재원을 통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2018년 대법원판결로 발생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불일치를 조화롭게 극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옹호했지만, 민주당은 현 정부가 피해자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결정 취지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 결정을 존중하면서 양국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해법이 제3자 변제안"이라며 "이 해법을 기초로 앞으로도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청문회 직전 정의기억연대와 함께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 조 후보자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외교부 2차관으로서 관여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뻔뻔스럽게 또다시 장관으로 오나. 자격 없고 절대 반대"라고 주장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선 조 후보자의 선친인 고(故) 조지훈 시인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생전에 조지훈 시인을 직접 뵀다"며 "학창 시절 '지조론'을 읽고 훌륭한 분이라고 느꼈다. 여러 가지로 직간접적 영향받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조지훈 시인이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 후보자에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조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공이 과보다 많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에 참여했다"며 "아들인 제가 참여하는 것이 역사적 화해라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메시지도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생 전체에 걸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분이 선친"이라며 "아버지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은 걸 인생의 최고의 목표라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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