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K금융, 내수 너머 수출로 변신을
K팝을 중심으로 K컬처 바람이 거세게 부는 인도네시아에 한국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지하자원(니켈)을 토대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최대 수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때문에 '포스트 차이나'를 넘어 '넥스트 마켓'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한국 금융기관들을 찾았다. 이어지는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현지 한국 금융기관도 숨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1970년대 열사의 땅 중동에서 오일달러를 벌던 것이 장소와 시간만 바뀐 듯했다. 실제 자카르타는 적도 인근에 있다. K금융을 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현지 한국 금융기관을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곳이 있었다. 바로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감독청(OJK).
OJK는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하다. 최근 금융범죄에 대한 수사권까지 부여받으며 국내외 금융사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고 매년 인도네시아에서 영업을 하는 금융사의 사업계획을 심사하는데 사업계획에는 지점과 영업점 수, 신상품 출시계획 등 개별 금융사의 민감한 사업전략까지 포함된다. 관리·감독을 넘어 금융지주사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금융기관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주재원 수 제한이다. 규모가 커지면 그에 맞게 한국 직원들도 늘어야 하지만 오히려 줄이려고 하는 게 OJK의 정책이다. 특히 지점장의 경우 한국인 주재원을 파견할 수 없고, 인사담당 임원 또한 한국인이 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직원들에 대한 지식전파(Knowledge Transfer)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현지 직원이 수백명인데 한국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의 우리소다라은행은 현지 직원이 1600여명, 지점 및 출장소가 160여개에 달하는데 법인장을 포함한 한국 직원은 불과 7명이다. 사실상 일당백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이직이 잦아 인력의 현지화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경력을 쌓아 이직을 하면 한 번에 연봉이 30~40%씩 뛰는 경우가 많다. 주재원들의 지식전파를 통해 업무역량을 높인 현지 직원들이 외국계 은행에 다닌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금융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현지 대형은행 및 국영은행,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의 아세안 국가가 투자한 은행, 일본계 및 중국계 은행 그리고 화교자본을 바탕으로 한 산업자본이 소유한 민간은행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금융기관은 K금융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다양한 악조건 속에서도 매일매일 결전을 치르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금융시장은 태영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난장판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좁은 내수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한 결과다. 4대 금융지주의 주가만 봐도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내수주로 성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내수기업이 수출기업으로 변신할 때 주가는 급등했다. 성장판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대 화장품이 대표적이고 K콘텐츠, K푸드 또한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변신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성공으로 주가가 10년 만에 10배가 올랐다. 이제 K금융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때다. 그래야 내수기업이라며 상생을 강요받고, 불완전판매라며 질타받는 서러움을 떨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courag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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