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놀이터 된 태영건설, 개미는 위험한 줄타기 중

김지영 2024. 1. 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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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워크아웃 가능성 높지만 최종 결정된 건 아냐…신중함 필요"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지난달 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당국과 채권단의 압박에 추가 자구책을 내놓으며 워크아웃 개시 동의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 영향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태영건설의 주식을 단기간 사고 파는 '단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개인들의 이런 매매 행태에 우려를 표하며, 보다 신중한 투자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가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저가 대비 이날 종가 기준 65% 가량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적고 유통물량도 적은 우선주는 같은 기간 141.28% 치솟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13억원을 순매수했다. [사진=뉴시스]

이 기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태영건설 주식을 4024억원 가량 사들인 동시엔 4011억원을 팔아치웠다. 매수와 매도가 비슷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아 단기 매매를 중심으로 사고 팔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첫 번째 자구책을 내놓은 이달 3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태영그룹에 새 자구책을 요구한 4일 모두 거래량이 급증하고 매수와 매도도 비슷한 금액대를 기록했다.

특히 주가가 오른 날 주식을 팔았다가 다시 주가가 하락하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첫 번째 자구책이 나온 3일은 주가가 23.85% 급등했는데, 개인은 이날 20억원을 순매도했다. 다음날인 4일엔 주가가 5.39% 후퇴하자 34억원을 다시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태영건설을 이용해 '단타'를 하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수익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개인 투자자의 평균 매수 단가는 3023원이나 매도 단가는 3019원으로 대부분이 손절한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투자자가 태영건설 회사채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공모채 '태영건설68'도 거래금액이 눈에 띄게 늘었다. 7~11월 일평균 거래금액 1467만원 수준이었던 태영건설68은 지난달 12월 일평균 거래금액 2억3355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일은 거래금액이 32억9302만원에 달했다.

워크아웃 신청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태영건설의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는 이유는 이번 리스크를 기회로 판단해서다. 더불어 태영건설에 엮인 협력업체들과 주택 등 분양자들이 많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정부가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예상된다.

워크아웃 신청 전 태영건설의 주가는 3000원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태영건설이 벼랑 끝에 몰리자 주가가 폭락하며 1900원대까지 밀렸다. 저가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량 매집에 나섰다. 유통물량 수가 적어 변동성이 큰 우선주의 경우 이를 활용해 시세 차익을 챙기려는 단기투자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또한 마찬가지다. 태영건설68은 올해 7월 19일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으로, 채권 1장당 액면가가 1만원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채권 가격은 5일 종가 기준 6170원까지 밀렸는데,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책이 당국과 채권단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이번 주말까지 새 자구안을 내놓기로 했다. 지난 7일 밤까지도 태영건설이 마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워크아웃 불발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으나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자구안 이행 계획을 내놓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전액(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기존 자구안에 더해 윤세영 창업회장 등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추가 자구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오전 11시께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 890억원을 지원하며 채권단과의 협상이 다시 물꼬를 트게 됐다.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씨 지분 매각 대금 516억원 중 300억원과 티와이홀딩스 회삿돈 등을 합쳐 89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개시로 가닥이 잡히는 듯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금물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이 태영건설의 빠른 회복, 턴어라운드 기대감보다는 단기매매 중심의 테마주 형태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영그룹이 수정 자구안을 내놓고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받아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만, 워크아웃이 최종 결정된 건 아니"라며 "워크아웃 불발, 법정관리 가능성도 아직 배제하기 어려운만큼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크아웃이 된다고 하더라도 채무탕감이 이뤄지면 회사채도 적용을 받는다. 지금 태영건설 회사채가 많이 할인돼 거래되고 있으니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 않냐고 하겠지만, 얼만큼 채무탕감을 할지는 모르니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현재 태영건설의 주가는 회사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는 수요보다는 단타 관점에서 접근하는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이 다시 수익성을 회복하고 충분한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면 주가가 회복되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태영건설 주가는 테마주처럼 흐르고 있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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