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매장’ 시대 열리나…골분 캡슐 실은 美 민간 로봇 착륙선 떠났다
ULA 사의 신형 로켓 벌컨 센토어에 탑재돼 이륙 성공
2월 말 달 착륙하면 민간 최초의 달 착륙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이 제작한 무인(robot) 달 착륙선 ‘페러그린(Peregrine)’을 실은 미국 UAL사의 새 로켓인 벌컨 센토어(Vulcan Centaur)가 한국 시간 8일 오후 4시18분(미국 오전 2시18분)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이륙했다. 로봇 착륙선 페러그린은 계획대로 진행되면 다음 달 23일 지구에서 보이는 쪽인 달의 ‘베이 오브 스티키니스(Bay of Stickiness)’에 착륙하게 된다.
이날 발사된 벌컨 로켓은 2단 로켓으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민간 우주 발사 경쟁을 벌이는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제작한 BE-4 엔진을 1단 엔진으로 장착했다. 벌컨 로켓은 고체 연료 부스터를 최대 6개까지 장착해서, 고도 400㎞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2만4900㎏, 달까지는 1만2100㎏의 화물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BE-4 엔진 개발이 지연되면서, 보잉과 록히드 마틴이 2006년 합작 설립한 ULA(United Launch Alliance)사는 기존 애틀라스 5와 델타 4 로켓을 대체할 목적이었던 벌컨 로켓의 발사를 수년 간 기다려야 했다.
8일 발사된 벌컨 로켓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의뢰를 받아 피츠버그의 민간기업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Astrobotic Technology)사가 제조한 로봇 달 착륙선 페러그린이 탑재됐다. 페러그린에는 나사 주도의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Artemis)에서 사용할 과학 장비 5건이 장착돼 있다. 나사는 미 민간 우주기업들에 무인 달 착륙선 제조를 주문해서 민간 우주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자체 개발ㆍ제조 비용을 절감한다.
페러그린에는 또 미국의 민간 ‘우주 매장(space burial)’기업들이 의뢰한 60여 명의 골분(骨粉) 일부와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과 반려견의 털 등 DNA 샘플을 담은 캡슐도 탑재돼 있다.
이 중 일부는 페러그린과 함께 달에 매장되며, 역대 미국 대통령 3명의 머리카락을 포함한 나머지 샘플 캡슐들은 벌컨의 상단 로켓과 함께 3억 ㎞까지 날아가는 심(深)우주 여행을 하게 된다. 지구~달 거리는 약 38만5000㎞다.
◇미국으로선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달 표면에 도착하게 돼
2월 말 페러그린이 달에 도착하면,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는 민간의 로봇 우주선이 된다. 미국으로서도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으로 달에 도착한 이래,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우주선이 달 표면을 밟게 된다. 나사는 1억8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민간 기업 애스트로보틱 사에 5건의 과학 실험 장비 운반을 의뢰했다.
이들 과학 장비는 앞으로 수년 간 진행되는 나사의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그램을 전후해 사용되며, 나사는 민간 기업 육성과 자체 제작에 따른 경비 절감을 목적으로, 로봇 착륙선을 제조하는 여러 민간 기업과 4년 간 26억 달러어치의 달 화물 운송 서비스(CLPS) 계약을 맺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올해 11월까지 우주인 3명이 탄 유인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돌고, 내년에는 달 표면에 우주인 3명이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ULA로서는 벌컨 로켓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 그동안 주요 민간 우주 발사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경쟁할 수 있게 된다.
벌컨 로켓은 이미 70건의 발사 계약을 맺었으며, 이 중 38건은 스페이스X 사의 스타링크처럼 지구 저궤도에 3200여 개의 인터넷 통신 위성 군집(群集) 3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아마존의 카이퍼(Kuiper) 프로젝트와 맺었다. 그동안 아마존은 BE-4 엔진 개발이 지연되면서, 경쟁 기업인 스페이스X에 자사의 카이퍼 위성 발사를 의뢰해야 했다.
◇골분의 ‘달 매장’ ‘심우주 비행’ 시대 열려
로봇 달 착륙선 페러그린에는 나사의 과학 실험 장비 5건 외에도, 우주 매장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민간 기업인 셀레스티스(Celestis)와 엘리시엄(Elysium) 스페이스 사가 의뢰한 60여 명의 골분(骨粉)이 탑재됐다. TV 드라마 스타트렉(Startrek)의 원작자인 진 로든버리 부부의 골분도 포함됐으며, 조지 워싱턴ㆍ드와이트 아이젠하워ㆍ존 F 케네디의 전(前) 미국 대통령의 머리카락은 소장자로부터 기증을 받아 실렸다.
일부 골분 캡슐은 우주선 페러그린이 달에 착륙할 때 함께 달에 내려져 ‘매장’되며, 미 대통령 3명의 머리카락은 계속 벌컨 로켓에 실려 2억9700만 ㎞까지 심우주 여행을 하게 된다.
달에 인간의 골분 샘플이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 목성과 충돌한 혜성 슈메이커-레비 9호 혜성을 공동 발견한 미국 지질학자인 유진 슈메이커가 사망한 뒤 그의 골분 일부가 1998년 1월 나사의 달 궤도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Lunar Prospector)에 실려 달로 떠났다. 루나 프로스펙터가 19개월의 임무를 마치고 1999년 7월31일 달 표면에 의도적으로 충돌하면서 그의 골분도 달에 ‘묻혔다’.
그러나 민간 우주매장 기업이 관여해, 본격적으로 수 g의 골분 샘플을 달로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분 운송을 의뢰한 우주매장 기업 중 하나인 실레스티스에 따르면, 달에 골분과 DNA 서비스를 보내 ‘샘플 묘지’를 만드는 비용은 1만 2500달러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밖에, 수백 ㎞ 고도의 저궤도를 7~25년 돌다가 대기권에 진입해 불타버리는 우주 매장 서비스는 1997년부터 상업화했다. 실레스티스 사를 통해서만 17차례에 걸쳐 1200명 이상의 골분이 우주로 나갔다.
한편, 북미 원주민(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부족 자치정부인 나바호(Navajo) 자치국은 “우리가 신성하게 여기는 달에 인간의 골분을 갖다놓는 것은 우리 문화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며 백악관과 나사 측에 페러그린 로봇 탐사선의 골분 이송을 그동안 반대했다. 그러나 NASA 자체는 민간 기업인 애스트로보틱 측이 자사 착륙선에 탑재하는 다른 화물에 대해선 미국 정부가 관여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고, 페러그린은 계획대로 화물을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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