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키운 캐릭터가 일당백…유통업계 효자됐다

이선아 2024. 1. 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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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성수동 GS25의 프리미엄 매장 앞은 티베트 여우 캐릭터 '무무씨'를 보러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무무씨는 GS리테일이 2002년 선보인 가상 신입사원 스토리에 등장한 티베트 여우 캐릭터다.

GS리테일은 무무씨를 자체 브랜드(PB) '유어스'와 해외사업에 활용하고, '무무씨와 친구들'이란 콘셉트로 다른 캐릭터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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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마케팅에 '무한 확장'
GS25가 만든 티베트 여우 인기
'무무씨' 굿즈 100만개 팔려
삼성물산, 푸바오 의류 '완판'
IP 있으면 로열티 부담없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도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GS25의 프리미엄 매장 앞은 티베트 여우 캐릭터 ‘무무씨’를 보러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GS리테일이 독자 개발한 무무씨가 그려진 입간판 앞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1만9000원짜리 무무씨 얼굴 쿠션 등 굿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3일 팝업스토어가 문을 연 뒤 5일간 7000명이 이곳을 찾았다. 굿즈 5종 물량(1500개)이 모두 동나자 GS리테일은 2차 물량 제작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사내에선 무무씨 캐릭터만 붙으면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 ‘영업상무’로 불릴 정도”라고 했다.

유통·레저업계에 ‘자체 제작 캐릭터’ 바람이 불고 있다. 캐릭터 굿즈가 새 수익원 역할을 하는 데다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캐릭터가 돈 버는 효자”

GS리테일에 따르면 무무씨 관련 굿즈의 누적 판매량은 1년 만에 100만 개를 돌파했다. 무무씨는 GS리테일이 2002년 선보인 가상 신입사원 스토리에 등장한 티베트 여우 캐릭터다. 상품화할 계획은 없었는데,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굿즈까지 제작하게 됐다.

지난달 말 서울일러스트페어에서 ‘무무씨네 편의점’이란 콘셉트로 꾸민 부스에는 4만 명이 넘게 찾았다. 페어에 참여한 1000여 개 부스 중 ‘매출 톱3’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GS25에서 파는 샌드위치·과일 포장지에도 무무씨가 등장했다. GS리테일은 무무씨를 자체 브랜드(PB) ‘유어스’와 해외사업에 활용하고, ‘무무씨와 친구들’이란 콘셉트로 다른 캐릭터도 내놓을 계획이다. CU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캥거루 캐릭터 ‘케이루’와 북극곰 ‘브니’를 개발해 PB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원숭이 캐릭터 ‘원둥이’를 선보였다.

삼성물산은 요즘 핫한 ‘푸바오’ 팝업스토어를 지난해 11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열어 2주 만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분홍색 곰 캐릭터 ‘벨리곰’ 굿즈는 약 2년간 50억원어치가 팔렸다.

불황에도 잘 팔리는 굿즈 열풍

유통업계의 독자 캐릭터 개발 바람은 기존 유명 캐릭터와의 ‘컬래버레이션’보다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포켓몬·짱구·펭수 등 이미 유명한 캐릭터와 협업할 경우 유통회사는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회사에 제휴 사용 수수료를 내야 한다. 반면 유통사가 직접 캐릭터 IP를 갖고 있으면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기획할 때 IP를 갖고 있는 쪽이 우위를 점한다”며 “자체 캐릭터가 있으면 수익성은 물론 상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무한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잘 키운 캐릭터는 그 자체로도 돈이 되지만 기존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에잇세컨즈 의류와 푸바오 캐릭터를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푸바오 인기에 힘입어 티셔츠·스웨트셔츠·후디·파자마가 ‘완판’되자 아예 전국 에잇세컨즈 매장에서 이들 상품을 팔기로 했다. 리조트 부문에서 키운 캐릭터로 패션 부문을 살린 것이다.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은 불황에도 강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캐릭터산업백서’에 따르면 캐릭터 IP를 활용한 상품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건 ‘캐릭터 디자인’(44.4%·복수응답 가능)이었다. ‘상품 품질’(31.6%), ‘상품 가격’(27.6%)보다 높은 수치다. 캐릭터를 적절히 사용하면 가격이 비싸도 기꺼이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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