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신임 지휘자 편견 딛고 경기필 세계에 알릴 것"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눈치 볼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한계가 있다면 넘겠습니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36)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아 올해부터 2025년 12월까지 2년간 악단을 이끈다. 오는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올해 5번의 마스터즈 시리즈를 선보인다.
김선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인 2004년 독일 에틀링겐 국제피아노콩쿠르, 2005년 스위스 클라라 하스킬 국제피아노콩쿠르,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 세계 클래식계에 이름을 알렸다. 피아니스트로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2010년 영국 왕립음악원 석사과정에 입학, 3년간 지휘를 공부했다. 2021년 KBS교향악단을 이끌며 지휘자로 정식 데뷔, 국내외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지휘를 맡아왔다.
김선욱은 8일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릴 때부터 지휘자가 꿈이었고, 피아노를 치면서도 오케스트라를 생각했다"며 "(상임지휘자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긴 호흡으로 달려가고 있고, 저에게 지휘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부지휘자 경력이 없고 연주자를 병행한다는 이유로 가지는 오해와 편견이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연주를 하며 지휘자 리허설에 다 참여했고, 10년 이상 그런 경험을 쌓았습니다. 객원 지휘자로 프로 오케스트라들과 1년에 교향곡 6~7곡씩을 무대에 올렸고, 지난 3년간 수많은 레퍼토리를 할 수 있는 만큼 했습니다. 제 음악적 철학은 꾸준함과 긴 호흡입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성실하게 해나가겠습니다."
김선욱은 자신과 2년간 호흡할 경기필에 대해 "제가 처음 무대에 선 게 1997, 1998년 정도이고, 경기필이 1997년 창단됐다"며 "악단과 제 음악적 성장 시기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경기필의 현은 굉장히 유연하고, 관은 강력합니다. 음악회를 준비하며 집중력이 굉장하다고 느꼈어요. 제가 '굉장히 무서운 오케스트라네요'라는 말을 했어요.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만큼 설레는 일이 있을까요."
12일 신년음악회에서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만든 최고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 서곡, 알렉산더 스크랴빈의 '피아노 협주곡',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한다. 김선욱은 "성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아 브람스 1번을 선택했다"며 "많은 관객, 음악인들의 존경을 받는 분과 협연하게 돼 취임연주회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김선욱은 올 한해 베토벤, 브람스, 리스트, 바그너, 슈트라우스, 말러, 버르토크까지 긴밀하게 연결돼 서양음악사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작곡가들을 조명한다.
3월15일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시작으로 5월25일 '말러 교향곡 1번', 6월21일 '베토벤 교향곡 9번', 10월17일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12월12일'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등 5번의 마스터즈 시리즈가 이어진다.
이중 김선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연은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이후 독일의 작곡가들은 '영웅'이라는 주제를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형상화했는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작곡했다. 전성기를 누리던 슈트라우스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독주 바이올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김선욱은 자신과 함께 연주했거나 감명깊게 연주를 들었던 연주자들을 엄선했다. 빈필하모닉 악장 라이너 호넥이 1부 협연과 2부 객원 악장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호넥 외에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바담 콜로덴코, 30여 년 간 파리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동 중인 파스칼 모라게스,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자인 마크 부쉬코프 등이 경기필과 협연한다. 바담 콜로덴코, 파스칼 모라게스가 국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마크 부쉬코프는 첫 내한공연이다.
김선욱은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연주자들이 경기필과 협연하고, 그 연주가 좋았다면 해외에서 입소문이 나게 된다"며 "제 프로필에도 경기필 음악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닐텐데 개인 활동을 하면서도 책임감을 갖고 경기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욱은 피아니스트로서 2024-2025시즌 LA필, 뉴욕필 등과 협연한다. 다만 레퍼토리는 제한했다. 김선욱은 "2023-2024 시즌에 독주회를 거의 안 하고 2024-2025 시즌으로 미뤘다"며 "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경기필이고, 그래서 가장 좋아하고 즐겨 연주하던 작곡가 7명 정도를 추려 레퍼토리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피아노는 계속 칠 수 밖에 없어요. 지휘자로서 리허설과 공연에서 모든걸 다 쏟아붓고 나면 그렇게 허해요. 몸은 힘든데 제가 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걸 채워줄 수 있는 게 피아노입니다."
김선욱은 연주자라는 정체성을 통해 단원들과 공감대를 키워갈 생각이다. "지휘자이기 이전에 저는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힘을 드리는 걸 굉장히 즐기고 고민하는 연주자입니다. 단원들도 저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단순히 손을 흔드는 게 아니라 악보 너머의 의미를 찾는 게 지휘자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음악을 해야 해요. 음악 안에는 호흡이 존재하고, 균형도 중요합니다. 첫 음부터 끝까지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오케스트라에서 살아있는 음악이 나올 수 있죠. 그게 제가 추구하는 음악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혜경 벌금형 선고에…이재명 "아쉽다" 민주 "검찰 비뚤어진 잣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채림, 전 남편 허위글에 분노 "이제 못 참겠는데?"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